'MB바라기' 국책연구원장들 낙하산에 연임까지?.."너무하네"

입력 : 2012-04-10 오후 5:21:43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이명박 정부 들어 친정부 인사들로 물갈이된 국책연구기관장들이 3년의 임기를 넘어 줄줄이 연임까지 성공하고 있어 제식구 감싸기의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따르면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박양호 국토연구원장,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이 모두 지난해 5월과 6월, 9월에 각각 연임에 성공했으며, 올 들어 지난 6일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장도 연임에 성공했다.
 
이들 대부분은 모두 정권 초기인 2008년과 2009년에 발탁됐고, 임명 당시 친정부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와 함께 친정부 연구활동과 자료를 쏟아냈다.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정부 대외정책에 힘을 실어줬다.
 
대구출신인 박양호 국토연구원장은 대표적인 TK인물로,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
 
연임 이후 최근 돌연 사직한 김용하 보건사회연구원장 역시 대구 출신의 TK인맥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상근상임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한 정통 'MB맨'이다.
 
현오석 KDI원장의 경우 취임 이후 정부보다 더 긍정적인 경제전망을 내 놓으며 빈축을 사기도 했고, 한미FTA 국회비준이 난항을 겪고 있을 시점에는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한미FTA 효과를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끼워넣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KDI는 이에 대해 "정부보다 더 긍정적인 경제전망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실제 결과로는 가장 근접한 전망이었다"고 설명했다.
 
FTA효과에 대해서도  "FTA 효과 역시 경제성장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더 지켜봐야 한다"고 KDI는 강조했다.
 
이들이 연임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국책연구기관장의 인사를 책임지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회의 절반 이상이 정부측 인사로 구성됐다는 점이 한 몫 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KDI등 정부출연연구기관 23곳을 총괄관리하면서 연구원의 예산배분과 원장 임명권을 틀어쥐고 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을 비롯해, 국무총리실 차장, 기획재정부 2차관, 교육과학기술부 2차관, 외교통상부 1차관, 여성가족부 차관, 국토해양부 1차관,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법제처 차장 등 17명의 이사회 구성원 중 절반 이상인 9명이 차관급 이상의 정부측 관료다.
 
연구원장 인선은 공모방식으로 진행되지만, 공모심사를 하는 이사회의 절반 이상이 정부측 인사로 채워져 있어 '낙하산' 확률도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집권 첫해인 2008년에만 박양호 국토연구원장, 서재진 전 통일연구원장, 김용하 보건사회연구원장 등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수위원 출신들이 연구원장 자리를 꿰찼고, 뉴라이트 출신인 박기성 전 한국노동연구원장, MB정책자문을 맡았던 원윤희 전 조세연구원장도 내부출신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쉽게 원장자리에 앉았다.
 
조세연구원장의 경우 원윤희 원장이 물러난 이후에도 MB정부 집권초기 총리실에서 세종시문제로 애를 썼던 조원동 전 총리실 사무차장(차관급)이 내부출신 전문가들을 손쉽게 눌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정부측 인사중심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정권에 우호적인 사람이 연구원장에 앉을 가능성은 높을 수밖에 없다"며 "연구원 구성원들도 이제는 낙하산에 무감각해졌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경실련 관계자는 "국책연구기관의 구조적 문제기도 하지만, 연구기관들이 정부의 입장에서 정부정책을 방어하고 옹호하기 위한 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며 "구성원들이 원장의 인선문제에 대해 반대하는 부분도 연구기관 평가에서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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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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