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건 '정숙성'이다. 큰 덩치에 권위 있는 디자인, 일본차 특유의 고요함으로 큰 인기를 끌어왔다.
그런 렉서스가 확 변했다.
렉서스의 GS세단은 장거리, 고속 주행에 특화된 세단이다. 지난 3월에 나온 새 GS시리즈는 예전 GS의 곡선 디자인 대신 과감하게 꺾어지는 직선으로 변했다.
3가지 모델 중 최상위 등급인 GS350 스포츠 모델을 시승해봤다.
외관상 첫 인상은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를 연상시킨다. 다스베이더의 각진 가면처럼 범퍼 좌우가 과감한 직선으로 패여있다. 화살촉을 모티브로 한 LED 헤드램프까지 더하면 '나는 오늘 좀 달려야 겠다'는 못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실제 시내 주행 중 GS 앞으로 끼어들어오려던 몇몇 차량들은 방향등을 끄고 뒤로 들어 오기도 했다.
실내는 메탈과 가죽으로 꾸몄고 짙은 주황색의 가죽은 질감 자체도 좋았다. 통풍 기능이 있어 오래 타도 등에 땀이 차지 않는다. 수입차의 중대형 세단에만 들어가는 아날로그 시계도 고급스럽다.
스포츠세단답게 시트가 운전자를 꽉 잡아준다. 허리와 골반을 분리해 방향 조정이 가능한 전동 시트가 인상적이다.
시동을 켜자 핸들이 위로 살짝 올라오면서 묵직한 느낌을 준다. 속도와 RPM(분당 엔진 회전수)이 표시되는 HUD(헤드업 디스플레이)의 가시성도 좋다.
액셀레이터를 밟자 부드럽게 나아간다. '렉서스의 정숙성'이 물씬 묻어난다.
시내를 벗어나 강변북로를 타면서 '에코'모드에서 '스포츠 모드'로 운전을 달리해봤다. '신사'가 '야수'로 돌변한다. 시속 80km를 넘어가면서 기어변속이 이뤄지자 고개가 뒤로 젖혔다. 사나운 엔진음과 함께 핸들은 무거워졌고 금세 속도는 시속 120km를 넘고 있었다. 0→60마일(약 96.6km/h) 가속 시간이 5.7초에 불과하니 깜빡하다간 속도위반 카메라에 걸릴 수 있다.
잘 나가는 차에는 그만한 브레이크가 달려야 믿음직스럽다. 렉서스 GS 역시 그런 브레이크를 가졌다.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정확히 멈춰섰고 뒤이은 가속도 빨랐다.
고속 상태에서의 안정성 역시 탁월하다. 운전자를 꽉 잡아주면서 탄탄하고 세차게 차가 나아간다. 고속 회전시에도 밀리는 느낌 없이 달린다. 회전만 놓고 본다면 '아우디 A6'의 느낌과 비슷하다.
운전자는 다이얼을 돌려 '에코'와 '노멀', '스포츠 S', '스포츠 S+' 4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에코 모드를 선택해도 연비가 많이 나아지는 건 아니다. 다만 급격한 가속에 놀랄 동승자를 생각한다면 시내에서는 '에코'모드가 필수다.
세부적인 칭찬을 몇 가지 더 한다면 가장 먼저 내비게이션을 꼽고 싶다. 일부 수입차들이 본사 내비게이션을 고집해 조작감과 지도의 세부성이 떨어지는 반면 GS는 마우스와 국산 맵을 탑재했다. 검색도 훨씬 빠르고 조작도 부드럽다.
운전자라면 시트 오른쪽의 좁은 틈으로 동전이나 작은 물건을 빠뜨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시트를 앞뒤로 움직여 빼내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GS는 이 틈에 부드러운 쿠션을 놓아 물건이 빠지는 걸 막았다.
마지막으로 '오디오' 성능이 상당하다. 유명 브랜드인 '보스(BOSE)'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입체적인 사운드와 부드러운 음으로 카오디오 매니아를 만족시켜 주기에 충분하다.
시내에 너무 많이 보이는 독일 브랜드 차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때로는 정숙을, 또 때로는 스피드를 즐기고 싶다면 '렉서스GS'가 제격이다. 도요타는 '40~50대 사업가 오너 드라이버'로 타켓층을 잡았지만 스피드를 좋아하는 30~40대 전문직에 더 어울릴 차 같다.
하반기에는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나온다고 하니 렉서스 GS의 인기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때마침 미국에서 '최고 안전 차량'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가격은 기본 GS 250이 5980만원, GS 350이 6580만원, GS 스포츠가 7730만원으로 나왔다. 주력모델인 350은 기존 모델에 비해 1000만원 가량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