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이동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최근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마케팅비에 대해 자제를 요구하며, 통신요금 경감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업계는 협조의사를 밝히면서도 통신요금 인하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통신요금 비싸다고?.."손자 이발값이 3만원이던데"
이 위원장은 19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서 이석채 KT 회장,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통신업계 CEO를 만나 통신업계의 다양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이동통신재판매(MVNO) 서비스 활성화 △단말기 자급제(블랙리스트 제도)의 차질 없는 시행 △마케팅비 과열 자제 △통신요금 부담 경감 등을 주문했다.
이 위원장은 "통신요금 인하를 위해 노력해 달라"며 "통신요금 부담 경감을 위해 이용자가 자유롭게 선택하고, 이용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요금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통신요금 인하 주장에 대해 통신사들은 '통신요금이 일종의 종자돈(Seed Money) 성격이 있다', '투자와 서비스 수준 등을 고려해 큰 틀에서 고려해 달라'는 등의 발언으로 난색을 표했다.
이석채 KT 회장은 "통신산업에 대해서는 큰 틀에서 총체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며 "요금문제를 포함해 통신산업이 발전해야 전체 IT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통신정책을 수립해 달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특히 "손자 이발비가 3만원이더라. 그만큼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지적하며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 비해 통신요금이 크게 비싸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도 "통신산업 발전에 밑거름이 되는 것이 요금"이라며 "전체 산업적인 측면에서 요금정책을 펴달라"고 주문했다.
◇ "단말기 자급제 잘되려면 제조사가 협조해야"
통신업계 CEO들은 마케팅비 과열이 자제돼야 한다는 원칙에 공감하며, 다음달부터 도입될 휴대폰 자급제가 마케팅비 과열 양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위원장은 "최근 과열된 마케팅비 경쟁 움직임 자제해 달라"면서 "MVNO와 휴대폰 자급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렵다. 통신사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에 업계 CEO들은 마케팅비 과열이 자제돼야 한다는 원칙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단말기 가격', '저가폰 판매' 등 단말기 업체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등 제조사 책임론을 끌고 나왔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자급제의 성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보조금 문제는 자급제가 시행되면 상당히 완화될 것"며 "시장 상황을 봐가며 유연하게 정책을 펴달라"고 강조했다.
하 사장은 "보조금 이슈에 대해서는 자급제가 변화의 축이 될 것"이라며 "저가폰 판매가 활성화되면 보조금 이슈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이석채 KT 회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