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권리찾기(37)송금 실수 주의해야..원칙적으로 수취인 재산

입력 : 2012-04-20 오후 5:29:03
[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금융은 필요할 때 자금을 융통해 경제주체들이 원활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금융제도나 정책적 오류·부실, 금융회사의 횡포, 고객의 무지와 실수 등으로 금융소비자들이 금전적·정신적 피해와 손실,부당한 대우를 당할 때가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금융소비자들이 이런 손실과 피해를 입지 않고 소비자로서 정당한 자기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사례를 통해 보는 '금융소비자권리찾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A주식회사는 지난 2010년 7월 거래처인 B사에 실수로 2420만원을 송금했다.
 
A사는 이미 20일 전 B사에 물품거래대금으로 2420만원을 입금한 상태로, A회사는 착오로 돈을 두 번 송금한 것이다.
 
이를 확인한 B사는 착오송금을 인정하고 잘못 보낸 금액을 A사에 반환하는데 동의한다는 확인서를 해당은행에 제출했다.
 
하지만 A사는 돈을 돌려받을 수 없었다.
 
A사가 B사에 처음 거래대금을 지급하고 착오로 다시 돈을 보낸 사이 B사는 경영악화로 폐업을 한 상태였다.
 
문제는 B사가 폐업하기 약 1년전 은행에서 받은 대출이었다.
 
당시 B사는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 은행에서 25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종합통장을 개설했다.
 
약정서에는 '이 약정에 의한 채무가 있는 때에는 종합통장기본계좌에 입금된 자금은 자동적으로 대출금변제에 충당한다'고 돼 있었다.
 
당시 B사의 대출잔액은 2101만4274원, 보증사고금액은 대출잔액의 80%인 1681만1419원이었다.
 
하지만 이후 B사가 폐업을 해 당시 대출금변제를 위해 사용하던 종합통장기본계좌는 유명무실해졌고, B사의 보증을 섰던 신보가 은행에 대출금을 변제하게 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A사가 2420만원을 잘못 입금했던 것이다.
 
2420만원은 B사와 무관한 돈이지만 B사 계좌에 입금된 만큼 이 돈에 대한 재산권은 B사에게 있는 것이었다.
 
B사의 폐업으로 은행에 돈을 물어주게 된 신보는 B사와 은행의 반환의사에도 은행에게 착오송금을 반환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만약 은행이 이 돈을 반환하고 신보에 보증책임을 청구한다면 응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제3자의 권리를 주장한 신보의 요구에 은행이 착오송금을 반환하지 않자 A사는 결국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에 민원을 신청했다.
 
분쟁조정위원회는 "공적 역할을 담당하는 금융기관인 은행이 송금인의 실수를 기회로 삼아 당초 기대하지 않았던 채권회수를 통한 이익을 취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최근 대법원의 판례를 들며 "신보가 실수로 송금한 A사의 희생을 통해 보증책임을 면하려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이어 "(은행이 A사에 착오송금액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신보는 A사의 재산으로 보증책임에서 벗어나 채권의 만족을 얻는 반면, A사는 폐업을 해 은행에 돈을 갚을 능력이 없는 B사의 채무를 고스란히 부담하게 돼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은행이 착오송금액 반환을 거부하는 것은 적정하지 않다"며 "A사에 착오송금액 2420만원을 반환하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실수로 돈을 잘못 보냈다고 모두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금감원 분쟁조정국 관계자는 "이번 분쟁은 일반 금융소비자 구제를 위해 공적 성격이 강한 은행과 신보에 대한 책임을 대법원 판례보다 더 적극적으로 주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계좌이체를 통한 거래에서는 수취인에게 들어온 예금은 예금 명의자 즉 수취인의 채권으로 인정된다"며 "송금시 실수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대면 거래인 계좌이체 시스템의 안정성 보호를 위해 송금인의 권리만 우선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이에 따라 "아무리 실수로 잘못 보낸 돈이더라도 받은 사람이 돌려주지 않겠다고 하면 송금인은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통해서만 돌려받을 수 있으므로 송금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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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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