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지식경제부 수장의 대책 발표를 놓고 말들이 많다.
지난 19일 정부가 '석유제품시장 경쟁촉진 및 유통구조의 근본적 개선'을 발표한 이후 정유업계와 증권업계에 일대 혼란이 발생했다.
'삼성'이라는 '슈퍼갑'이 50년째 문이 닫혀 있던 정유시장에 진출한다는 소식 때문이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합동 브리핑을 통해 "삼성토탈의 참여로 정유4사 구도가 5사 구도로 바뀌었다"라며 "이로 인해 경쟁여건을 강화시켰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정유사가 한 곳 더 진출함으로 인해 전체 파이의 25%를 줄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내용으로 드러났다. 삼성토탈이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은 매달 12만5000배럴에 불과하다. 전체의 2.25% 수준이다.
아울러 우리나라 SK에너지와 GS칼텍스·
S-Oil(010950)·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와 경쟁을 하려면 원유로부터 10개 이상의 1차 석유제품이 정제돼야 하며, 중간 유통망과 주유소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삼성토탈의 경우 석유제품 중 휘발유 하나만 한정해서 나오며, 중간 유통망도 없다. 알뜰주유소라는 소비처만 가고 있어 고래와 새우 싸움과 다를 바 없다.
이에 지경부 석유산업과 한 관계자는 "98%를 과점하고 있는 정유 4사의 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남의 땅을 빼앗거나 수출하는 수밖에 없어 사실상 힘들다"며 "홍석우 장관이 브리핑을 했지만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지나치게 강조하느라 일부 틀린 내용을 전달할 것 같다"고 해명같은 시인을 했다.
그는 또 "개인적으로 의문을 품고 지경부에 문의하는 기자들에게는 관련 내용을 바로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동 브리핑 당시 홍석우 지경부 장관과 신제윤 기획재정부 차관 등 5개 부처 장차관과 해당 부서 담당자들이 배석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날 어떤 공무원도 이 사실을 바로잡지 않았다. 다들 장관의 '눈치'를 보느라 브리핑 발표 시간 동안 허수아비로 전락한 것이다.
홍석우 장관이 이처럼 '오버'해서 내용을 설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지난 13일 이명박 대통령이 '공급이 과점 형태여서 고유가가 계속되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6일 만에 부랴부랴 정책을 내놓다 보니 성의있는 대책이 나올리 만무한 것 아닌가. 유류세를 인하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장관은 대통령 눈치를, 부처 직원들은 장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수직 계열화된 공무원 조직 문화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 씁씁할 장면이었다.
무려 5개 부처가 머리를 싸매고 마련한 정책이라면 그만큼 충실한 대책이 나와야 함에도 '눈치의 눈치'를 보느라 국민과 시장은 잘못되고 부실한 정보로 혼란에 빠졌고, 정부에 대한 신뢰는 또 한번 추락했다.
언제쯤 부처 장관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윗선의 눈치가 아닌 국민들의 한맺힌 아우성에 귀를 기울일 지 묘연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