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기자] 건설·부동산 경기의 장기 침체 속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건설사들의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이들 워크아웃 기업들 중 상당수는 당기순이익이 '적자'를 면치 못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워크아웃 기업 15곳(시평순위 100대 기준) 중에서 지난해 흑자를 기록한 곳은 신동아건설과 동문건설뿐이다. 최대 적자는 2350억원이었다.
업계 톱 건설사의 지난해 최대 순이익이 6800억원을 돌파한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천양지차(天壤之差)'다.
◇워크아웃 기업 순익 '적자'.. 마이너스 경영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순위 100대 건설사 중 현재 워크아웃에 들어간 곳은 금호산업(13위), 벽산건설(26위), 풍림산업(30위), 신동아건설(34위), 고려개발(38위), 남광토건(39위), 진흥기업(41위), 삼호(46위), 한일건설(48위), 우림건설(57위), 동일토건(68위), 중앙건설(70위), 신일건업(73), 동문건설(85위), 성우종합건설(95위) 등 15곳이다.
이중 지난해 순이익 손실이 가장 컸던 건설사는
고려개발(004200)로 235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고려개발은 대림산업의 자회사다.
이후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 내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해 자본금 전액 잠식을 해소했다고 밝힘으로써, 지난 17일부터 주권 매매거래정지가 해제됐다. 재무구조 개선을 한 후 증시에서 거래가 재개된 것이다.
벽산건설도 최근 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기준 해당 여부에 대한 심의를 받았다. 거래소는 폐지기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20일 공시했다.
최근에는 중견건설사 우림건설의 채권단이 회사 경영 정상화를 위한 지원 방안을 놓고 난항을 겪는 등 워크아웃 기업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우림건설은 지난해 179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주택경기 침체, 무리한 사업확장..'적자 원인'
100대 건설사 중에서 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업은 15곳이지만, 법정관리 중인 곳과 기타 경영 상 어려움을 겪는 회사를 합칠 경우 100대 건설사의 30% 정도는 경영난에 허덕이는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은 IMF 때의 상황보다도 더 나쁜 것으로 평가된다.
박흥순 대한건설협회 SOC 주택실장은 "주택경기가 이렇게 장기적으로 침체된 것은 처음"이라며 "외환위기 이후에도 1년여의 침체기를 거쳐 회복됐지만 현재는 3년이 넘는 기간동안 침체가 이어지고 있어 워크아웃 기업들의 회생이 그만큼 어렵다"고 말했다.
중견건설사들의 무리한 주택사업 확장도 적자를 면치 못한 원인으로 꼽힌다.
박 실장은 "경영난에 시달리는 업체들이 주택사업에서 무리하게 확장을 하면서 PF(프로젝트파이낸싱)대출을 받았고, 이후 사업이 연기되거나 나쁜 분양실적을 받으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브랜드 이미지가 높은 상위 건설사들과 손을 잡으려는 분위기 속에 분양리스크가 큰 사업이 하위업체에 몰리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같은 분위기는 금융기관이 워크아웃의 긍정적인 취지를 잘 살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지원을 하는 데 한계로 작용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무조건 잘 봐주기 식으로 건설업체를 지원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