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멘토' 최시중의 몰락..비리 '몸통' 급부상

종편 실패ㆍ방송파업..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 '사면초가'

입력 : 2012-04-23 오후 6:30:09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이 열린 23일 정보통신부를 뒤이은 방송통신위원회 초대수장이 검찰수사 대상에 이름을 올린 것은 정권 최측근 인사가 장악했던 방통위의 실패를 웅변하는 한 풍경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를 자임했던 최시중 전 위원장은 지난 2008년 3월 방통위 출범과 동시에 취임하며 1ㆍ2기 위원회를 이끌었지만, 정책은 정책대로 실패하고 그 자신은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의 소환 대상에 올라 몰락을 예고했다.
 
최 전 위원장은 취임 초부터 전문성 부재에 위원회의 정치적 독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우려를 샀다.
 
최 전 위원장이 4년여 임기 동안 사실상 ‘올인’해 만들었던 종합편성채널은 개국 5개월이 다 되도록 안착하지 못한 채 외면받고 있으며, 그가 사실상 입김을 행사에 갈아치운 공영방송 사장들은 ‘국정홍보방송’의 원흉으로 지목 당해 안팎의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지난해 말 최 전 위원장의 주변에서 불거진 각종 비리 의혹이 그를 겨냥하기 시작했다.
 
단초는 지난 1월 터진 이른바 ‘김학인ㆍ정용욱 게이트’였다.
 
검찰은 최 전 위원장의 '양아들'로 통했던 정용욱 전 방통위 정책보좌역이 EBS 이사 선임 댓가로 수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포착해 수사를 시작했고, 이를 기화로 그가 연루된 각종 의혹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통신사ㆍ종합유선방송사업자로부터 정기적으로 상납을 받거나 주파수 경매 혹은 인수ㆍ합병을 앞두고 대가성 자금을 수수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수백만원의 '돈 봉투'를 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을 때는 ‘정용욱’과 ‘최시중’의 이름이 동시에 거명되기도 했다.
 
정 전 보좌역은 최 전 위원장의 최측근 인물로,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정작 자신은 해외로 도피해 귀국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정씨 비리가 여론의 지탄을 받자 최 전 위원장도 버티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최측근 비리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지난 1월 27일 임기 중 ‘불명예 퇴진’했다.
 
이후 최 전 위원장을 둘러싼 비리 의혹은 그렇게 잊히는 듯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노조ㆍ시민단체가 '정용욱 게이트'에 대해 '개인 비리로 그칠 사안이 아니’라면서 최 전 위원장의 '구속 수사'를 촉구했지만 검찰이 좀체 움직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4~5년 전 건설 인ㆍ허가 과정에서 최 전 위원장이 수억 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잡고 직접 수사하겠다고 나섰다.
 
비리 의혹 규모도 파급력 면에서 이전과 견줄 수 없을 만큼 커졌다.
 
검찰은 박영준 전 대통령실 기획조정비서관도 뇌물 수수 과정에서 함께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권 실세의 이름이 동시에 거명되면서 수사결과에 따라 정부 레임덕을 가속시킬 것으로 보인다.
 
최 전 위원장은 브로커에게 돈을 받은 것은 맞지만 인허가 청탁 용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검찰은 최 전 위원장을 출국 금지시킨 데 이어 25일 소환 조사한다는 방침으로 수사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현 정부 최고 실세는 말 그대로 '사면초가' 위기에 내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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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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