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시장의 총성 없는 전쟁

케이블SO의 규제 완화 앞두고 KT와 SO의 힘겨루기 한창

입력 : 2012-04-25 오전 10:54:22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계철, 이하 방통위)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이하 케이블SO)에 대한 소유 규제 완화 방침을 정한 가운데 유료방송업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붙고 있다.
 
방통위 계획에 대해 IPTV와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을 보유한 KT가 '역차별'을 제기하며 제동을 걸자 케이블SO는 일일이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반박하는 식이다.
 
방통위는 당초 케이블SO에 대한 소유 규제 완화 건을 4월 24일 잡아놓은 전체회의에서 의결하려 했지만 논란이 가열되자 5월 초로 일정을 늦췄다.
 
업계 의견을 수렴해 다음달 2일 안건 상정 여부를 재검토하겠다는 취지다.
 
◇ 케이블SO의 ‘권역 제한 완화’..유료방송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
 
방통위가 추진 중인 방안은 케이블SO에 대한 권역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는 내용이다.
 
현행 방송법은 케이블SO의 사업권역을 전국에 걸쳐 77개로 쪼개놓고 특정 SO가 전체 권역의 3분의 1을 초과해 경영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통위는 이 조항을 삭제하고 전체 유료방송 가입가구 수의 3분의 1을 넘지 않는 선에서 케이블SO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IPTV는 권역별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3분의 1을 넘지 않는 선에서 사업이 가능하고, 위성방송은 사업 제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고 있는 만큼 규제 형평성을 어느 정도 맞춘다는 취지에서 케이블SO의 제한 규정을 풀겠다는 설명이다.
 
국내 유료방송 가입자는 전체 2300만 명을 헤아리는 수준으로, 업계는 가입자 기반의 시장 자체가 이미 제로섬게임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방통위 방침을 놓고 유료방송사업자의 갈등골이 깊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케이블SO는 지난 2010년 1500만 가입자를 정점으로 찍은 뒤 줄곧 내리막길에 섰다는 점에서, IPTV는 최근 가입자 5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외형을 불렸지만 마땅한 수익창출 구조를 만들지 못했다는 점에서 각각 우려가 적지 않다.
 
◇ KT “현행대로 가든지, 규제 같이 풀든지”
 
IPTV 쪽에서는 사업자 가운데 가입자 과반을 점하고 있는 KT의 목소리가 거센 상황이다.
 
KT는 케이블SO에만 사업 제한 규정을 푸는 것은 규제 일원화 차원에서 맞지 않고, 후발사업자에 대한 '배려'도 아니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케이블SO는 선발사업자로서 이미 유료방송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으며, 이 같은 지배적 사업자에는 엄격한 법 적용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그게 아니라면 동일한 시기 동등하게 '제한 규정'을 같이 풀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는 이달 초 "현행 규정을 유지해 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방통위에 전달하기도 했다.
 
◇케이블SO “지배적 사업자가 누군데..”
 
케이블SO는 이에 대해 '지배적 사업자가 과연 누구냐'고 따져 묻고 있는 상황이다.
 
이영국 CJ헬로비전 상무는 "IPTV나 케이블TV나 망은 거의 깔린 상태"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IPTV는 영업만 하면 되지만 우리는 M&A밖에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케이블SO는 법이 바뀌지 않는 한 가입자를 추가로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권역 제한을 받지 않는 IPTV는 보다 손쉬운 마케팅을 통해 가입자를 늘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자본력이 막강한 KT가 자사 IPTV에 위성방송을 붙여 파는 결합상품을 출시해 시장을 잠식해가면서, 지배적 사업자로 등장하는 것 역시 순식간일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학계ㆍ시민단체 “권역 제한 푸는 게 맞긴 하지만..”
 
이해관계가 얽힌 사업자와 달리 학계와 시민단체는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이들은 큰 틀에서 케이블SO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우려가 없지 않다고 말한다.
 
시민사회에서 무엇보다 우려하고 있는 것은 이른바 ‘크림 스키밍(Cream Skimming)’이다.
 
원유 가운데 부드럽고 맛좋은 크림만 떼 내어 채집하듯, 사업자가 수요 많은 인구밀집지역에 영업활동을 집중할 것이라는 우려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SO에 대한 소유 제한 규제가 풀리면 급격한 M&A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문제는 인수합병을 하고 난 뒤 돈이 안 되는 곳은 그대로 쳐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견도 상존한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언론광고학부)는 “권역 제한을 더 푼다고 크림 스키밍이 발생하거나 권역 제한을 강하게 적용한다고 크림 스키밍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RO(중계유선방송사업자)가 있는 현실 자체가 이미 크림 스키밍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시청자 입장이 논외로 빠진 채 사업자 다툼 속에 정책이 논의되는 현실 자체가 문제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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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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