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헌철·류설아기자] 임시 이사회 정족수 미달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퇴장한 선종구
하이마트(071840) 회장과 이를 기다렸다는 듯 아이패드를 활용한 화상회의에 참여한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의 치열한 두뇌싸움.
결과는 '뛴' 선 회장 위에 '난' 유회장의 판정승이었다.
하이마트 임시 이사회가 열린 25일 오후 3시 서울 남산 하얏트 호텔.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에 대한 해임안건을 위해 열린 이날 임시 이사회에 참석 예정 인원은 모두 6명.
유 회장과 유 회장쪽 사외 이사 김진용, 엄영호, 정병춘 등 3인과 선 회장과 선 회장쪽 최정수 사외이사다. 임시 이사회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서는 6명 중 4명 이상이 참석해야 한다.
하지만 정작 이사회 개회를 앞두고 유 회장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선 회장과 최 이사가 동시에 빠지면 3명의 유 회장쪽 사외 이사들만 남고 결국 임시 이사회는 정족수 미달로 열릴 수 없게 되는 모양새였다.
선 회장의 해임안이 정작 유 회장의 불참으로 물건너 갈 수 밖에 없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선 회장과 최 이사는 유 회장의 불참문제를 지적한 후 곧바로 자리를 떴다.
결국 3명 사외이사만 남게 됐고 이사회는 열리지 않는 듯 했다. 회의장을 떠나던 선 회장은 "동반 사퇴에 대한 뜻은 변함없다. 임직원들에게 미안하다"며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짧게 답변하고 발길을 재촉했다.
곧이어 최 이사 역시 회의장을 떠나며 기자들에게 "오늘 이사회는 무산"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하이마트 일부 직원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는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선 회장 일행이 자리를 뜬지 1분만인 오후 3시1분 상황은 급반전됐다. 엄영호 이사회 의장이 개회를 선언한 것. 유 회장이 아이패드를 통해 화상 회의에 참석한 것이다.
유 회장은 선 회장이 정족수 미달을 노리고 회의장을 떠날 것을 예상하듯 떠나자마자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한 것이다. 이사회 정족수 4명은 채워졌고, 유 회장과 이사들은 일사천리로 선 회장 해임안을 가결했다.
유진그룹측도 사전에 알지 못한 듯 우왕좌왕하며 개회 15분여만에 끝난 안건 처리 내용을 급하게 브리핑했다.
'유 회장과의 동반 퇴진'을 요구했던 선 회장은 유 회장은 `꼼수(?)`에 속아 마지막 의견 개진 기회조차 놓치고 말았다.
현재 유진그룹측은 이사회 진행과 관련한 법률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하이마트 일부 직원들은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하이마트 한 관계자는 이사회가 끝난 직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처음에 이사회가 열리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가 언론을 통해서 해임안 가결 소식을 뒤늦게 확인했다"며 당황해하는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특이한 형식의 화상회의에 대해 한국거래소는 참여의 유효성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통상적으로 한국거래소는 이사회 결정이 적법적인 절차를 거쳤는지 등을 판단하지 않지만 선 회장의 해임 여부는 하이마트의 상장 지속 가능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의사록 등을 통해 선 회장 해임이 유효한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