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애플이 다시 한번 시장을 놀라게 했다.
애플은 24일(현지시각)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 391억9000만달러(44조7200억원), 영업이익 153억8400만달러(17조5500억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39.3%로, 40%에 육박하는 수익성을 보였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문 사장은 “엄청난 실적”이라며 “우린 아직 멀었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100원어치를 팔아 40원 가까이 남기는 알짜배기 장사를 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올 들어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삼성전자에게 내줬지만 수익성에서만큼은 라이벌을 크게 압도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매출 45조원으로 애플을 약간 앞섰지만 영업이익은 5조8천억원으로 애플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잠정실적 기준)
수익성이 뛰어난 무선사업부의 영업이익률도 20% 내외로 애플의 절반 정도다.
애플의 고부가 가치는 단일 모델을 통한 원가경쟁력, 앱스토어·아이튠스 등 강력한 콘텐츠 시장, 직영점을 통한 유통망 등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의 실적 발표 직후 “성공 비결은 여러 모델을 쏟아내지 않고 단일 제품에 집중한 결과”라고 말했다. 뛰어난 디자인의 단일 모델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을 장악하고 고수익이 창출되는 절대 수익구조를 갖췄다는 얘기다.
지적대로 애플의 제품 포트폴리오는 극도로 단순하다. 스마트폰은 아이폰, 태블릿PC는 아이패드로 각각 단일 모델이다. 시리즈를 내놓으며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키고 있지만 기본 툴은 같다.
단일 모델이다 보니 부품의 대량구매를 통한 원가경쟁력 확보가 가능하게 된다. 또 중국의 팍스콘 등 값싼 노동력을 통해 제품을 제조하기 때문에 원가를 더욱 낮출 수 있다.
뿐만 아니다. 앱스토어로 대표되는 콘텐츠 시장은 애플의 또 다른 수익 모델이다. 시장은 수요와 공급이 끊임없이 이뤄지며, 이는 참여자의 충성도를 높여 아이폰만을 구입하게 만든다. 이른바 아이폰 마니아 현상이다.
또 애플스토어 등 직영 유통망을 통해 소비자와 직접 접촉함으로써 다양한 효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을 프리미엄 매장에서 구입함으로써 프리미엄 고객이란 자부심을 안겨주는,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이다.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갤럭시S3 진검승부
삼성은 여전히 애플을 보고 있다. 아직 배워야 할 모델인 동시에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삼성은 일단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고 있다. 갤럭시S2와 갤럭시노트 등 판매고를 올리는 주력제품 외에도 1년에 200여종의 새 모델을 내놓고 있다. 물량공세를 통해 프리미엄 시장뿐만 아니라 중·저가 신흥 시장도 동시 다발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연구개발에서부터 부품에서 완제품까지 수직구조의 제조 기반은 빠른 시장 대처와 다양성을 낳는 근간이 됐다. 원가 절감과는 괴리가 있지만 발 빠르게 신제품을 내놓으며 시장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끔 했다.
세계 최대 이동통신사인 보다폰의 CEO 비토리오 콜라오는 “애플의 단일제품 전략보다 삼성의 다품종 전략이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나 시장에 더욱 부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엔 애플을 좇아 콘텐츠와 직영 유통점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내달 3일 영국에서 야심작 갤럭시S3를 전격 공개하며 현 기세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다분히 애플의 하반기 출시 예정작인 아이폰5를 겨냥한 것으로, 앞서 갤럭시S3를 선보임으로써 시장의 관심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대박모델’ 절실한 LG
삼성을 쫓는 LG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25일 1분기 실적 발표가 모멘텀이 됐다. 매출 12조2279억원, 영업이익 4482억원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특히 전년 동기 대비 243% 급증한 영업이익은 시장의 그간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문제는 휴대폰 부문이었다.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실적의 배경은 전적으로 TV를 비롯한 가전 부문의 역량이었다. 모바일 사업은 지난해 4분기에 이어 흑자 기조를 이어나갔다고는 하나 이익규모(영업이익 352억원)는 애플이나 삼성전자의 비교대상이 아니었다.
한때 노키아, 삼성전자와 더불어 세계 휴대폰 시장을 호령했지만 스마트폰 대응이 늦으면서 시장 지위는 급격히 하락했다. 스마트폰 비중을 역대 최대인 36%로 끌어올렸다고는 하나 애플, 삼성에 비해 여전히 피처폰 비중이 높아 수익 개선에는 도움이 되질 못했다.
1분기 삼성이 4100만대, 애플이 351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아 치우는 동안 LG는 500만대 중반의 판매량에 그쳤다. 이는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3.7%에 불과하다.
특히 조바심에 삼성과의 경쟁의식에만 치우치다 보니 제 색깔을 잃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최근 내놓은 프리미엄 제품 옵티머스 뷰마저 삼성의 갤럭시노트 아류라는 지적에서 한동안 벗어나질 못했다.
결국 전환점이 될 소위 ‘대박 모델’의 등장이 절실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내달 출시가 예정된 프로젝트명 D1L과 옵티머스4X 등 쿼드코어로 간격을 좁히지 않는 한 당분간 애플·삼성의 양강 구도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새 디자인 L-Style에도 LG는 크게 기대를 걸며 명가 재건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각오다. 가전의 뒷받침이 모바일의 든든한 우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