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 우림건설 노조위원장
[뉴스토마토 김보선기자] 워크아웃 중인 우림건설의 경영악화가 일부 채권은행의 유동성 지원 반대 결정으로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4개월째 임금을 지급하지 못해 체불액만 36억원에 달한다. 회사가 어려움을 겪으며 정리해고되거나 퇴사한 직원들에게 지급해야할 밀린 퇴직금도 21억원이나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직원들은 고용불안에 대한 두려움 해소와 경영진의 부실 경영 견제를 위해 노동조합 설립에 뜻을 같이하고 최근 노조설립을 마무리했다.
지난달 23일 설립인가를 받은 뒤 130명의 노조가입 대상 직원 중 125명이 노조원으로 가입했다.
경영진은 채권단의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개인보증을 서는 등 정상화에 나섰지만 노조측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회사의 경영난에도 무리한 해외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부실을 더욱 키웠다는 불만이 더 크다.
9일 회사 노조사무실에서 만난 한현 노조위원장(공사관리부장)은 "직원들은 임금체불에 대한 불만뿐 아니라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크다"며 "회사가 체납 임금 중 최소 1개월 분이라도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이번 주말까지는 가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출자전환이 안돼 발주처에서도 불안해하는 상황이다. 사업장이 유지되지 않으면 직원의 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며 위기 상황을 전했다.
노조는 앞으로 직원들의 고용보장과 회사 경영 정상화를 위해 사측, 채권단과의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다음은 한현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현 상황에서 노조가 집중하는 것은.
▲ 회사가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직원들의 고용 불안이 심각해졌다. 2009년 7월 430여명이던 직원이 현재는 204명으로 절반이 줄었다. 지난해 말에도 정리해고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들의 미래를 위해 노조 설립은 필수라고 생각했다. 고용보장뿐 아니라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채권단과의 협의에도 적극 나설 것이다.
- 출자전환과 채권단 유동성 지원방안이 난항을 겪고 있는데.
▲ 출자전환이 안되니까 발주처에서도 불안해한다. 사업지가 유지되지 않으면 직원의 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채권단에서는 지원방안을 부결시킨 상황이라 노조에서도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 기업개선부와 적극적으로 만나고 있다.
채권은행이 워크아웃 이후 960여억원의 유동성 지원을 하는 등 힘쓴 것도 알지만 회사 경영상 큰 리스크로 지목되는 '스노볼(Snow ball)' 로 인한 환율 손실을 그대로 끌고 왔다. 결국 부채 회수만이 주목적이라는 오해를 사지 않도록 진정한 워크아웃 지원을 위해 힘써주길 바라고 있다.
'스노볼'은 매월 약정 환율(행사가격)이 달라지는 환 헤지 파생상품으로, 환율이 오르면 행사가격이 하락해 손실이 눈덩이 커지는 상품이다.
- 체불 임금은 어떻게 처리 될 예정인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4개월 동안 임금이 체납됐다. 총 금액은 36억원 정도며 퇴직한 직원들의 퇴직금 21억원도 체납된 상태다. 서울지방노동청에 지난달 체불임금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고 지난 4일 근로개선사무과에서 조사도 받은 상황이다.
회사측에서는 4월부터 계속 공사비 수금을 해오고 있기 때문에 최소 1개월 분이라도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11일을 디데이로 잡고 있지만 가능할 지 불투명하다.
- 노조는 사측의 경영 상태를 어떻게 평가하나.
▲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3회에 걸쳐 근로자 절반이 줄었고, 2010년에는 그나마 급여까지 삭감됐다. 각 부서 예산 등도 축소되는 등 경영정상화를 위해 직원들은 뼈를 깎는 아픔을 겪고 노력했던 게 사실이다.
경영진에서도 채권단 지원에 개인보증을 서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방안을 강구하는 듯 하지만 피부에 와닿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무리한 해외 프로젝트 추진 등 회사의 경영 부실을 키운 책임이 있다고 본다.
- 카자흐스탄 '애플타운' 사업이 원인 중 하나인가.
▲ 1차 준공을 마치고 입주가 진행중이지만 100% 분양이 완료된 것은 아니다. 이후 2단계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1차 분양에 대한 수금을 통해 2단계 공사비 전환이 필요한데 미분양 물량이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곳(카자흐스탄)은 우리와 달리 후분양시스템으로 운영된다.
- 워크아웃, 법정관리 중견건설사 늘어나는 등 건설경기가 어렵다.
▲ 워크아웃, 법정관리 기업들은 공사를 수주하기가 쉽지 않다. 분양보증이라든지 계약이행보증이라든지 요구하는 사안들이 많은데 이를 해당 건설사가 자체적으로 해결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
건설경기의 어려움을 단지 건설시장에만 맡길 게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대책 마련을 해줘야 한다. 건설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실업은 해결되지 않으므로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부동산 시장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하는데 과연 시장에서 어느정도 움직여줄지 모르겠다. 막연한 대책만 가지고는 시장이 쉽사리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이후 뉴타운 정책이 전면 재수정되는 분위기다. 작은 단위로 쪼개어 도시재생공사를 하겠다고 하는데 이런 사업에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준다거나,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임대아파트를 공급하는 사업도 정부 주도가 아니라 건설사 주도로 할 수 있도록 전환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 앞으로 노조 활동 계획은.
▲ 교섭완료보고가 끝나고 나면 1차로 회사 경영정상화와 체불임금 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설 것이다. 이후 출자전환을 하게 되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그런 상황에 맞게 전직원과 조합원들을 동원해서 합심할 것이다.
상급단체의 협조를 통해 워크아웃 건설사들이 기업 정상화를 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의논해 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