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으로 고발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9일 검찰에 출석하면서 검찰과 조 전 청장의 잇단 '악연'이 화제다.
경찰청장 재임기간 동안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 '룸살롱 황제' 이경백씨 사건 등으로 검찰과 사사건건 충돌해온 조 전 청장은 결국 '호랑이굴'인 검찰에 출석해 자신의 입장을 소명하는 처지가 됐다.
조 전 청장이 처음 검찰과 마찰을 빚은 건 검경 수사권 문제였다.
그는 청장으로 취임하자 마자 경찰의 수사권조정 업무 책임자의 직급을 격상하는 등 수사권조정 관련 조직을 강화하고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경찰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피력하기 시작했다.
조 전 청장은 "검찰과 경찰의 명령-복종 관계를 개선하겠다", "검찰의 수사권 독점은 국민 세금을 축내는 것이다" 등 검찰을 향해 잇따른 강경 발언들을 내놓았고 검찰은 이때마다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조 전 청장과 검찰은 룸살롱 황제 이경백씨 사건에서 다시 한 번 대립각을 세웠다.
조 전 청장은 수원 살인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뒤인 지난달 27일 경찰 출입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씨를 처음 긴급체포했을 때 검찰이 승인하지 않았고, 압수수색·통신 영장도 모두 검찰에서 기각돼 수사를 계속하지 못했다"며 검찰을 비난했다.
조 전 청장은 또 같은 달 30일에 열린 퇴임식에서도 "어떤 국가기관도 손대지 못했던 룸살롱 황제 이경백을 구속시켰던 것도 우리 경찰이었다"며 "뼈를 깎는 자정 노력으로 일궈낸 성과 때문에 오히려 엄청난 비난을 초래했지만 결코 실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검찰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고위관계자는 지난 2일 "조 전 청장이 이씨가 검찰, 법원 등에 이른바 '빽'이 있어 경찰이 수사 승인을 못 받아 수사를 못한 것처럼 말하고 다닌다"며 "그렇다면 광범위한 계좌 추적과 통신기록 조회는 검찰 승인 없이 어떻게 진행했는지, 조 전 청장이 말하는 그 '빽'들은 누군지 오히려 되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조 전 청장이 이경백 수사를 통해 경찰비리를 밝혀낸 것이 자신의 업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일"이라면서 "이씨는 처음부터 경찰이 비호하지 않았으면 금방 잡혔을 인물이다. 경찰이 아니었다면 이씨는 애초에 태어나지도 못했을 인물"이라며 거듭 조 청장을 몰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