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사 '삼중고'에 최악의 상황.."한숨도 말랐다"

적자 못 벗어나 임금체불..워크아웃→법정관리 수순
건설경기 침체, 기존 사업 유동성 미확보, 은행 고삐 '삼중고'

입력 : 2012-05-10 오전 10:53:54
[뉴스토마토 김보선기자] 워크아웃 등으로 이미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견건설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시장 침체와 기존 추진 사업에서의 유동성 미확보, 은행의 자금 고삐 죄기 등 '삼중고'를 겪으면서다.
 
워크아웃 중인 기업 대다수가 지난해 '적자'를 면치 못한데다 워크아웃 기업 일부는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처리되거나 채권단의 지원을 받지 못해 직원들의 임금도 체납된 상태다.
 
여기에 최근의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는 중견건설사들의 신규 대출처 감소로 이어짐에 따라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낳고 있다.
 
아파트 브랜드 '아이원'으로 알려진 풍림산업은 기업어음 422억원을 막지 못하고 결국 지난 2일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워크아웃에 들어간지 3년만이다.
 
풍림산업은 지난 4월 임금 1개월분을 지급하지 못했다. 법정관리 신청 후 직원들은 최근 노조를 결정했다.
 
풍림산업  관계자는 "전체 정직원 680여명 중 400여명이 노조에 가입했다"며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관리인(현 대표이사)과 노조가 각종 경영 현안들을 함께 조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풍림산업의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법원의 결정이 10일 발표될 예정이다.
 
우림건설도 지난달 말 노조를 설립했다.
 
지난 2009년부터 워크아웃 중인 우림건설은 직원들의 급여가 4개월째 체납된 상태다. 우림건설은 지난달 말 노조를 설립하고, 직원들의 고용안정과 임금체납 해결 등을 촉구하고 있다.
 
우림건설 노조 관계자는 "회사 채권은행 중 국민은행, 농협, 신한은행 등의 반대로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유동성 지원 방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지만, 채권단과의 적극적인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중견 B건설사 역시 직원의 임금을 제 때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중견건설사 대다수는 경영 '적자'에 이같은 악재가 겹치자 비상이 걸린 분위기다.
 
시공능력평가순위 상위 100대 건설사 중 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업은 14곳이다. 이 중 지난해 흑자를 기록한 곳은 신동아건설과 동문건설뿐이었고, 나머지 기업은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100위권 내 법정관리 기업은 임광토건(40위), 남양건설(43위), LIG건설(53위), 범양건영(58위), 월드건설(82위), 성원건설(100위) 등이다. 여기에 최근 풍림산업(30위)이 추가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견건설사들이 이른바 '트리플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한다. 첫번째는 건설 경기 침체에 따른 수주 부진이다.
 
P건설사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가 근본 원인이라며, 대기업은 그룹 차원의 물량도 있고 공공발주 시장에서의 수주 역량도 되기 때문에 기업 가치를 이어갈 역량이 된다"며 "하지만 중소 건설사는 시장 침체에 대한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기존에 벌인 사업장에서 입주가 지연되거나 미분양이 발생해 유동성 확보를 하지 못하는 어려움도 겪고 있다. 
 
또 건설 경기의 부진 속에 은행들도 자금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어 이들 중견사의 한숨이 깊어지는 것이다. 저축 은행 영업정지 사태에 따라 유동성 확보에 제약이 있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이런 연장선에 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의 사정이 어려운만큼 워크아웃 중인 기업들은 제대로 회생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 지원과 채권단의 실질적인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견사 관계자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들어가는 대규모 공사도 대기업에 비중이 치우쳐 있고, 중견과 소형건설사는 참여하더라도 지분 비율이 낮은 경우가 많아 중소형 건설사들은 이래저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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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