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통합진보당 당원명부 관리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아울러 이석기 당선인이 자신의 거취를 놓고 제안한 당원 총투표가 꼼수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진상조사위원장을 맡은 조준호 공동대표는 9일 국회를 찾아 전날 이정희 공동대표가 당권파 단독 공청회를 열어 '마녀사냥'이라며 전면 재조사를 요구한 것에 대반격을 가했다.
조 대표는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하더라도 총체적 부실·부정선거가 맞다"면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석고대죄의 심정으로 매를 맞아야 한다. 정파 위에 당이 있고 당 위에 국민이 있다"고 강조했다.
◇100% 넘긴 투표율.. IP 중복 투표자 주민번호 뒷자리 일치.. '경악'
진상조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두 곳에서 당권자와 실제 투표자 수가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며 "당권자가 90명인데 온라인에서 72명, 현장에서 20명이 투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명부에 없던 사람이 투표를 실시했다는 것.
이는 선거인명부에 존재하지 않았던 당원이 비례경선에 참여했다는 뜻이다. 중앙선관위가 이를 몰랐다면 부실관리가 되고, 알았다고 하면 명백한 부정선거라는 점에서 어느 쪽이든 후폭풍을 피할 수 없다.
이 관계자는 또한 IP 중복 투표에 관한 조사에서도 믿기 힘든 사례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동일 IP에서 투표를 실시한 사람들 가운데 각각 이름은 다르지만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같은 경우가 무더기로 발견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실체를 둘러싸고 소문만 무성하던 유령당원의 정황이 포착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당비대납 등을 통해 유령당원을 관리해 왔다는 지적 역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막힌 당원명부 관리.. "그때 그때 달라요"
이 밖에 현장투표 총 5435표 가운데 진상조사위의 조사결과 무효처리 대상이 무려 1095표로 전체 유효표의 24.2%에 해당했다는 사실도 충격을 안겨준다.
심지어 총 5435표의 현장투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개표결과로 발표한 5455표와도 20표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선거를 치를 때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당원명부 관리에 심각한 관리부실을 드러낸 것이다.
문제는 이런 당원명부 변동의 케이스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온라인투표를 할 수 있는 당권자의 수가 '늘었다 줄었다' 하는 모습이 버젓이 공개되어 있다.
통합진보당 중앙선관위는 공식 홈페이지에 19대 총선 비례대표 선출선거 선거인명부가 확정된 3월5일의 당권자 수가 7만5251명이라고 공고했다.
그런데 온라인투표가 개시된 이튿날인 3월 15일 중앙선관위의 공지에는 "당권자 7만4693명 중 1만3366명이 투표했다"고 적혀 있다. 최초 공고된 7만5251명에서 558명이 감소한 숫자다.
이같은 현상은 투표가 종료된 3월18일 공지에서도 등장한다. 당권자가 7만4794명으로 또 바뀐 것이다. 두 번째 공지의 7만4693명보다 101명이 더 많아진 것으로, 최초 공고한 숫자와는 457명이 차이가 난다.
공신력을 갖고 선거인단을 관리해야 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믿기 당권자의 숫자가 수시로 달라졌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지경이다.
한편 유시민 공동대표는 지난 7일 대표단회의에서 "우리 당의 당원명부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며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유 대표는 "당원명부에 등재돼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앞으로 있게 될 투표에서 실제로 투표하는 당원들인가"라며 "당원명부가 정상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믿음이 없을 때, 이 당원명부를 토대로 한 어떤 투표도 그 정치적 정통성,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분명히 했다.
◇이석기 당원총투표 제안, 꼼수였나
결국 이석기 당선인이 보도자료에서 "저를 지지해준 당원들의 소중한 사랑과 진실한 믿음을 훼손하고, 그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은 결코 옳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당원이 직접 선출한 후보의 사퇴는 전체 당원의 손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더 이상 힘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인이 사퇴를 거부하고 당원총투표를 요청한 것이 수용되려면 이와 같은 논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당원명부에 대한 신뢰의 회복이 필수인데, 당장 오는 30일이 19대 국회의 등원일이라 시간적 여유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권파는 12일 열리는 중앙위원회에서 쇄신파의 경쟁명부 비례후보자 총사퇴 및 혁신 비대위 구성안에 맞서, 당원총투표를 발의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사태의 해결이 순탄치 않음을 예고했다.
이와 관련해 통합진보당의 한 관계자는 "당원총투표 제안은 그럴듯 해 보이지만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당원명부가 요지경인데 어떻게 믿고 투표를 하나. 그리고 당원총투표로 이 당선인이 노리는 것은 사퇴하지 말라는 당원들의 의견이 아닐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당원명부가 정비되기엔 지금부터 시작해도 19대 국회 등원일 전까지 물리적으로 매우 촉박하다"면서 "시간을 끌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아니면 아예 당원총투표가 실시돼도 조직을 동원해 투표율 50%를 무산시켜 효력을 없애는 전술을 펼 수도 있다. 여론도 매우 안 좋고, 사퇴하라는 당원들의 숫자도 제법 되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