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띄우기? 면박주기?..동네북된 '동반성장지수'

입력 : 2012-05-10 오후 4:01:37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우여곡절 끝에 발표된 동반성장지수가 각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홈플러스, 동부건설(005960) 등 최하위 등급인 '개선' 평가를 받은 일부 대기업들은 동반성장지수의 점수 산정 방식에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고, 전경련 등 재계 단체들도 '면박주기'라며 지수 발표 자체를 인정 않는 분위기다.
 
중소기업계와 시민단체 역시 삼성전자(005930)현대차(005380) 등의 재벌 대기업이 가장 높은 등급을 받은 것으로 놓고 '의도적인 재벌 띄워주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동반성장 수준을 가늠해보고 대안을 모색하자는 동반성장지수의 본래 목적은 사라지고 결과적으로 대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축제'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제16차 동반성장위원회가 10일 서울 팔래스 호텔에서 개최됐다
 
◇동반지수 평가, 어떻게?
 
동반성장지수는 대기업의 동반성장 참여도 및 이행도를 평가하기 위해 만든 지표로, 동반성장 및 공정거래에 대한 실적평가와 중소기업들의 체감도 조사를 점수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지난 2010년 9월 정부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대책’ 발표 때 동반성장위원회 주관으로 지수를 산정·공표하기로 한 결정에 따라 추진된 이번 지수는 당초 1위부터 56위 기업까지 순위 공개 방식으로 발표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이후 재계를 비롯한 일부 대기업이 동반성장지수 발표방식이 '줄세우기'라며 강력하게 반발하자, 4단계 발표 방식으로 변경됐다. 전국경제인연합은 지수 발표 직전까지도 개선 등급에 해당하는 기업을 발표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번 지수 발표는 동반성장 및 공정거래 협약 실적평가로 이뤄졌는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실시한 대기업의 동반성장 이행평가 항목, 동반위의 중소기업의 체감도 조사를 합산한 점수로 이뤄졌다.
 
일단 공정위가 대기업들의 ▲협약 충실도(표준하도급계약서 도입, 지원내용 규모 등) ▲협약내용 이행도(1·2차 협력사 지원 실적) ▲하도급법 이행여부 ▲동반성장에 반하는 행위 여부 등을 점수로 나타낸 이후, 중소기업 동반성장 체감도를 반영하기 위해 동반위가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공정거래 ▲협력 ▲동반성장 체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참여 여부 등을 평가했다.
 
이 가운데 ▲공정거래 인프라 구축이 15점 ▲3대 가이드라인·표준하도급계약서 도입·운용, 상생협력 지원실적 40점 ▲수급사업자의 협력사 지원방안 도입·운용실적 10점 등으로 협약내용의 이행도가 100점 가운데 65점으로 가장 채점비중이 높았다.
 
◇"공정성·윤리성 반영 미흡"
 
반면 공정거래법 위반, 하도급법 위반 등의 기업 윤리적 차원의 문제에 대해서는 정작 평가 가중치를 낮게 적용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번 동반성장지수 가점 및 감점 항목을 보면, 동반성장에 반하는 행위, 즉 하도급법 위반이나 뇌물수수, 배임, 청탁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항목에 대해 각각 5점을 감점하는 수준으로 매우 낮은 편이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연합 경제정책부장은 "동반성장에 반하는 행위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 5점 감점하는 수준의 평가방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최근 불공정 거래나 하도급법 위반으로 적발된 기업들이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돼 정부가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식의 지표를 국민들이 납득할 리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동반위의 체감도 조사의 경우 평가대상 대기업별로 1차 협력사 30사, 2차 협력사 20사 중 임의로 추출해 협력사의 담당임원 및 CEO를 대상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조사 대상에 해당하는 협력업체가 모두 대기업이 선정한 기업으로 알려져 과정 자체가 '주먹구구식'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게다가 건설 및 유통업종의 경우 아예 1차 협력사만을 대상으로 조사해 형평성 문제도 존재한다.
 
또 일부 대기업들은 공정위와 동반위의 평가를 가중치 없이 합산해 평가하는 과정 자체에서도 중대한 결함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다수 대기업이 공정거래위와  동반성장 협약을 맺었다고 해도 실상 동반위가 협력사를 대상으로 한 체감도 설문조사 결과는 기업 규모와 업종별 특성, 협력사 분위기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상대적인 불이익이 있을수 있다는 설명이다.
 
동반성장지수 최하위로 평가 받은 홈플러스, LG유플러스(032640) 양측은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는 가운데 "유감스럽다. 산정 방식 자체가 건설업과 제조업에 기준을 맞췄기 때문에 유통업, 통신산업이 불리하게 평가를 받게 됐다"는 주장을 내놨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안정팀장은 "근본적으로는 대·중소기업간 문제의 실태가 심각하다는 인식차원에서 나온 대책이 부실 조사와 특정 대기업 퍼주기로 뒤범벅 됐다"며 "잘한 기업은 뭘 잘했고 못한 기업은 뭘 못했는지 확실한 증명이 병행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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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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