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당장 먹고 살기 힘든데, 내년 물량이 늘어난다고 한들 솔깃하겠습니까."
태양광 업계가 지식경제부가 9일 내놓은 '태양광 산업 재도약 프로젝트'에 대해 환영은커녕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내년부터 태양광 연간 의무 공급량이 늘어나지만, 당초 2016년까지 계획된 1.2기가와트(1.2GW)를 쪼개 조삼모사식으로 공급량을 나눈데 그쳤기 때문이다.
더구나 태양광 시장이 올해 가장 힘들고, 내년부터 회복 조짐을 보일 것이라는 업계 안팎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공급량 확대 시기를 내년으로 잡은 점에 대한 실망감도 가득했다.
지경부는 당초 계획했던 태양광 연간 의무공급안을 변경해 2012년 100메가와트(MW), 2014년 90메가와트, 2015년 70메가와트씩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공급 총량은 늘리지 않고, 계획 물량만 앞당겨 집행할 뿐이다. 업체들이 느낄 수 있는 변화라고 해봤자 의무공급 로드맵이 2015년으로 원안보다 1년 당겨지는 것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특히 올해 계획된 220메가와트도 원안인 200메가와트에 2016년 목표치인 20메가와트를 더한 것인데, 이번안은 2016년 전체물량을 모두 나눠서 배정했다. 실질적 지원대책은 없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 힘든데, 내년에 의무공급량을 늘려봤자 도움될 게 없다"며 "전체 공급 물량을 늘릴 수 없다면, 업황이 가장 안 좋은 올해라도 숨통이 트일 수 있게 해줘야 하는 데 그것도 아니다"고 말하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경부가 태양광 연간의무공급량을 계획보다 당겨 시행한 까닭은 태양광 투자 재원 확보가 어려운 탓에 전체 물량을 늘릴 수는 없고, 시기라도 조절해 업계를 달래줄 요량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물량 확보 시기조차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태양광 업계 안팎에선 올해를 고비로 보는 시각이 팽배한데, 당장의 지원책이 없다는 것.
업계는 투자재원 확보가 힘든 상황이라면 차라리 제도적 뒷받침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처럼 해외제품에 대해 품질, 인증 절차와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방식으로 값싼 중국산 태양전지에 방어벽을 쳐주기만 해도 국내제품의 소비가 늘어난다는 주장이
다. 실제 일본에 제품 인증을 신청한 국내 한 업체는 1년이 지나도록 결과를 통보받지 못하는 등 시장 진입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경부는 이마저도 세계무역기구(WTO)의 제소를 우려해 꺼리는 상황이다.
태양광 업계 고위 관계자는 "해외 저가 제품에 대한 인증을 강화하자고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WTO 제소를 이유로 거절당했다"며 "일본은 정부차원에서 해외 기업이 발붙일 수 없도록 인증을 까다롭게 해놨지만 WTO 제소가 없지 않냐"며 정부의 의지부족을 질타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정부가 자금이 여의치 않다면 제도적인 뒷받침이라도 해야하는 데 그마저도 전무한 실정"이라며 "13개 대형발전사업자나 공공기관에 국산 태양전지를 사용토록 의무화만 해도 자금 지원 이상의 효과를 낼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경부는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전혀 마련되고 있지 않다는 업계의 지적에 대해 "올해부터 의무설치량을 늘리게 될 경우 부지를 확보하고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발전사업자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며 "올해는 설치 물량이 늘지는 않지만, 시장이 반응할 수 있는 희망의 메지시지를 줬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