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국내 사법역사상 최초의 시각장애인 판사인 최영 판사(32)의 재판 모습이 11일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이날 오전 서울북부지법 701호 민사중법정. "모두 일어서 주십시오"라는 법정 경위의 예고와 함께 최 판사는 동료 배석 판사의 손을 잡고 법정에 들어섰다.
최 판사는 재판정 왼편, 즉 좌배석 자리에 앉은 뒤 따로 마련된 노트북과 연결 된 이어폰을 왼쪽 귀에 꽂았다.
노트북에는 재판에 필요한 음성녹음 자료가 담긴 휴대용저장장치(USB)가 장착되어 있었다. 시각장애로 서면 자료를 볼 수 없는 최 판사가 재판사무를 보기 위한 장치다.
최 판사는 음성으로 녹음된 재판기록을 검토하며 재판에 집중했다. 때때로 당사자의 주장이 엇갈리거나 중요한 진술 대목에서는 직접 노트북을 타이핑하며 재판에 몰두했다.
재판 진행 중 협의가 필요하거나 추가적인 진술 등이 필요한 경우엔 오른쪽에 앉은 재판장 김익현 부장판사와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주유소 임대차 계약 관련 전세권 설정등기말소사건 등을 비롯한 선고 5건과 변론 3건이 진행됐다.
보통 재판이 진행 중인 법정을 촬영허가와 함께 언론에 공개하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다.
이창열 서울북부지법 공보판사는 "최 판사의 재판업무수행에 대해 많은 국민이 기대와 의문을 가지고 있어서, 궁금증을 풀어주고자 재판부의 재판 모습을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영 판사는 고3 때 점차 시력이 나빠지는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았다. 서울대 법대 입학 후 시각장애 3급 판정을 받은 그는 현재 밝기만 구별할 수 있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최 판사는 5번의 도전 끝에 지난 2008년 시각장애인 최초로 사법시험(50회)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을 거쳐 법관이 됐다.
서울북부지법은 최 판사를 위해 음성변환 프로그램, 점자유도블록을 설치하고 이어폰 없이 음향 청취가 가능하도록 별도의 재판부 지원실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