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중소기업의 자유무역협정(FTA) 활용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내 놓은 대책과 관련 특정기업에만 혜택을 돌아간다는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FTA 체결에 따른 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한국산이라는 원산지증명이 필수적인데, 중소기업의 경우 자체 원산지 전문인력이나 시스템이 구비되지 않아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가 무료로 FTA 원산지시스템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지만,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는 내부 기업관리 시스템과 연계가 되지 않아 특정 솔루션 업체의 유료시스템을 활용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11일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 주재로 전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제6차 FTA활용지원 정책협의회 결과에 따르면 정부는 기업내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과 정부의 원산지관리시스템(FTA-PASS)간의 연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키로 했다.
그러나 관세청과 국제원산지정보원이 개발해 무료로 보급중인 원산지관리 프로그램 'FTA-PASS'는 기업들이 내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ERP시스템과 연동이 되지 않아 ERP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는 기업들은 활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FTA-PASS'는 ERP시스템과 연계가 되지 않아 기업들의 원산지증명 애로요인으로 지적돼 왔다"며 "ERP시스템을 공급하는 솔루션 업체 더존비즈온이 최근 개발한 연계모듈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소기업 ERP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더존비즈온은 지난 8일 자사가 공급하고 있는 ERP시스템 'iCUBE'와 정부가 무료로 공급하고 있는 'FTA-PASS'와의 '연계모듈' 개발에 성공했다.
더존비즈온은 정부가 'FTA-PASS'를 무료로 공급하고 있는 만큼, 자사제품 이용자들에게도 이번에 개발한 이 연계모듈을 무료로 제공할 방침이지만, 더존비즈온의 ERP솔루션을 이용하지 않고 있는 기업들은 여전히 자사의 ERP시스템과 'FTA-PASS'를 연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더존비즈온 외 다른 회사의 ERP시스템을 이용하고 있거나, 새롭게 ERP시스템을 도입할 기업들 중 'FTA-PASS'를 이용할 기업들은 더존비즈온의 ERP시스템 iCUBE를 구매할수 밖에 없는 셈이다.
관세청과 더존비즈온에 따르면 12만개 중소기업이 더존비즈온의 ERP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 중 1만 곳이 'FTA-PASS'와 연계가 가능한 iCUBE를 구입한 상황이다. 신규로 iCUBE를 구매하려면 550만원의 구매비용과 연 30만원의 시스템 유지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또한 더존비즈온은 정부로부터 아직 ERP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컨설팅사업도 따낼 계획이다.
더존비즈온 관계자는 "ERP시스템이 아예 없는 기업에 대해 (ERP 구축) 컨설팅을 해주는 방안을 원산지정보원측과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선택한 방법이라고 하지만, 더존비즈온의 입장에서는 사업확장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구조다.
관세청 관계자는 "'FTA-PASS'와의 연계 모듈을 개발한 곳이 더존비즈온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른 ERP업체들도 'FTA-PASS'와 연계할 수 있는 모듈을 개발한다면 얼마든지 시스템 보급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ERP시장 자체가 더존비즈온이라는 사업자에 집중돼 있다보니 다른 ERP 후발주자들은 기존에 세무회계ERP시스템 외에 원산지시스템 보급으로 사업을 확장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반응이다.
한 중소ERP업체 관계자는 "더존비즈온이 깔아 놓은 인프라가 너무 넓어서 신규업체가 진출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원산지 관리시스템 쪽은 현재로서는 눈을 돌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