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최악의 폭력사태로 무기한 정회된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가 '전자투표'라는 비장의 카드를 통해 속개돼 비대위 구성 등 쇄신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심상정 의장과 유시민 부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오후 8시부터 익일 오전 10시까지 전자투표 방식으로 처리하지 못했던 당 쇄신 결의안과 혁신 비대위 구성 안건을 중앙위원들의 뜻을 모아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심상정 공동대표는 "중앙위가 폭력으로 중단됐다"며 "당원에 의해서 당원이 구타당하고, 당원과 당직자에 의해 대표단이 짓밟히는 참담하고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더 이상 속개될 수 없었다"고 전자투표를 실시하게 된 배경을 짚었다.
그는 "저와 당이 함께 책임지고 중단 없는 쇄신으로 거듭나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부끄럽다고 해서 저의 치부를 감추지 않겠다. 버겁다고 해서 샛길을 찾지 않겠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이어 당권파의 반발을 의식한 듯 "저는 아직 통합진보당의 공동대표이고 중앙위 의장"이라며 "어제 중앙위는 정회상태였다. 처리하지 못한 중앙위의 의제를 책임 있게 마무리 할 때만 통합진보당이 미래를 논할 수 있다"고 분명히 했다.
하지만 당권파 장원섭 사무총장은 "중앙위 '정회'의 의미는 통합 삼주체간의 합의정신과 취지를 되살려 일방적인 의사진행과 결정보다는 시간을 갖고 진지한 숙의와 심려를 해달라는 뜻을 담고 있다"며 "어떠한 사정변경에도 '무기한 정회'의 의미는 정치적 합의이지, 제반 당헌당규나 일반 법령규칙에는 맞지 않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중앙위를 전자회의로 대체하는 등의 모든 유사행위의 정당성이 없음을 중앙위원들에게 고지한다"며 "아울러 이 행위에 가담한 당직자들에게는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고도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당규에 따라 엄격히 처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 사무총장은 앞서 이날 오후 2시 30분에 개최된 의장단의 인터넷 생중계 전자회의에도 거부감을 나타내며 당 시스템을 폐쇄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강력한 이와 같은 모습은 변수로 투표 결과에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유시민 공동대표는 장 사무총장을 향해 "당장 당기위원회 제소돼서 중징계를 받아야 한다"며 "사무총장이 실무진을 지휘하는 권력관계를 이용해서 대표를 부정하고, 지도체제를 부정·파괴하고, 당원들을 모욕하는 행위라고 받아들인다"고 비판했다.
유 대표는 아울러 "일종의 당헌 파괴행위로 규정한다. 사무총장이 당헌을 파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저희가 통합할 때 사무총장으로 세웠으나 이정희 대표와 정치적 퇴진을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양식의 결여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한편 이 시각(오후 8시 52분) 현재 전자회의는 통합진보당 서버와는 별도의 시스템을 통해 순조롭게 전자투표가 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안팎에서는 중앙위원들도 당권파의 행패에 상당수 등을 돌린 것으로 보고 있으며, 14일 투표가 종료되면 강기갑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심상정 공동대표는 "지금 이 상황에서 비대위를 맡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많은 고민을 하셨고 양측 합의로 추대할 때 결과적으로 합의는 했었다. 민주노동당 대표를 역임했고 원내대표이시고, 아주 훌륭하게 당을 잘 이끌어줄 것으로 믿고 있다. 강 의원도 이 어려운 상황을 피하지 않겠다는 답이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