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정부’..성실신고확인 대상 규모도 모르고 제도 시행?

대상자 파악도 안돼 '탈세차단' 가능성 의문
재정부 "국세청이 관리한다" vs 국세청 "우리도 모른다"

입력 : 2012-05-14 오후 3:31:41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정부가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세차단을 위해 도입한 성실신고확인제가 본격적인 시행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제도의 적용대상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등 실효성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제도를 도입한 기획재정부는 물론, 제도를 집행하는 국세청도 14일 현재 성실신고확인 대상자 규모도 정확히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성실신고확인대상자들은 법에 따라 오는 7월2일까지 세무사에게 장부작성 내용의 정확성 등을 확인받은 후 종합소득세확정신고를 해야한다.
 
성실신고확인제는 고소득 자영업자가 세무신고를 하기 전에 세무사 등 세무대리인으로 하여금 신고서가 성실하게 작성됐는지를 확인받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가 2010년부터 도입을 추진했고, 지난해 관련 세법을 개정, 국회 통과를 이끌어 냈다.
 
당초 의사와 변호사 등 특정 고소득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도입이 추진됐지만, 국회 입법과정에서 업종 차별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반영되면서 전 업종으로 확대됐다.
 
다만 의사와 변호사 등 서비스업종 등의 경우 수입금액이 7억5000만원 이상, 제조업과 숙박·음식점업 등은 수입금액 15억원 이상, 농어업과 도소매업 등은 수입금액이 30억원 이상이면 성실신고확인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업종별 기준에 차등을 뒀다.
 
문제는 이들 업종별 성실신고 확인대상자가 어느정도 규모인지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성실신고확인에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사업자들의 납세협력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성실신고확인비용을 100만원까지 세액공제해주기로 했는데, 대상자 규모를 알 수 없으니 세출부분인 세액공제가 얼마나 있을지도 파악이 안되고 있는 셈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성실신고확인대상자가 몇명인지는 파악하지 않고 있다"며 "통계는 국세청이 관리하고 있고, 재정부도 국세청에서 통계를 받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세청 관계자는 "재정부에서도 파악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우리도 정확한 숫자는 모르는 상황"이라며 "대략 7만여명으로 추산은 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공개하기는 어려운 숫자"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대상자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제도를 추진하다 보니 피해는 납세자가 볼 공산이 커졌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5월 종합소득세확정신고 기간 동안 국세청에 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납세자는 575만명에 이른다. 지난해보다 25만명이 늘었다.
 
이 중에 포함돼 있는 성실신고확인대상자는 납세협력부담을 덜기 위해 7월2일까지 신고기한을 연장해주고 있지만, 통상 세무신고전에 발송되는 안내문조차 발송되지 않았고, 세무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이나 안내문도 없는 상황이다.
 
김완일 세무사(한국세무사고시회장)는 "법이 작년 하반기에 개정이 됐는데, 적용은 작년 소득분부터 적용되고 있어서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혼란을 겪고 있다"며 "제도 적용을 일정기간 유예하던지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세무사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장부작성을 대리하고 있는 납세자가 다시 세무사에게 해당 장부의 정확성을 검증받아야 한다는 논리적인 문제도 봉착해 있다.
 
현행 규정상 장부작성대리를 한 세무사가 본인의 장부작성의 정확성을 검증할수도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당수 납세자들은 이미 장부작성 대리와 성실신고확인업무를 묶어서 세무대리인에게 위탁하고 있는 실정이며, 세무대리인들 사이에서는 두가지 대리업무를 따내기 위한 물밑경쟁도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서 세무대리를 하고 있는 한 일선 세무사는 "일부 사업자들이 세무사비용을 줄이기 위해 장부기장대리와 성실신고확인을 묶어서 수임료를 깎거나 성실신고확인비용을 주지 않으려는 경우도 있다"며 "세무사는 납세자가 주는 자료를 토대로 작성할수밖에 없어서 숨긴 자료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면 반발이 적지 않을 것"라고 털어놨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이상원 기자
이상원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