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건설사)①부실경영에 애꿎은 직원만..당국이 나서라

유동성 위기..사주-직원 갈등 골 깊어져
채권단간 입장차.."금융당국 중재 필요"

입력 : 2012-05-21 오전 10:00:00
[뉴스토마토 김보선기자] 건설경기의 장기침체와 부실 경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이 적지 않다.  대형건설사들은 침체된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에서 살길을 열고 있지만 기반이 없어 해외진출이 여의치않은 중소건설사들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한탄의 세월만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워크아웃을 졸업하지 못하고 법정관리에 돌입하는 건설사들이 하나둘 늘고 있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침체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건설사들의 속깊은 사정과 이들의 생존 가능성에 대해 세번에 걸쳐 들여다 본다. [편집자註]
 
<글 싣는 순서>
 
①부실경영에 애꿋은 직원만..당국이 나서라
②해외사업 오히려 `독`..知彼知己 이후 덤벼라
③배꼶는 중소건설사..상생은 없다
 
건설·부동산 경기의 장기침체 속에 중소형 건설사들의 경영난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자생 능력을 잃은 건설사들은 채권단 관리아래서 워크아웃에 돌입했지만 그마저 이겨내지 못하고 다시 법정관리에 돌입하는 등 고난에 고난이 거듭되고 있다.
 
적자에 허덕이는 기업 경영진은 경영진대로 힘들고, 직원들은 사주의 경영부실로 인해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 회복과 시공사와 시행사간 이해관계 해결이 선행되지 않으면 이같은 중견사의 '도미노 몰락'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한다.
 
채권단의 올바른 워크아웃 지원을 위한 금융당국의 중재 필요성도 제기된다.
 
◇경영 부실→구조조정..사주-직원 간 '갈등'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순위 100대 기업 중 법정관리 중인 기업은 모두 8곳이다. 이들 기업의 시평 순위는 30위(풍림산업)~100위(성원건설)권 이내다.
 
워크아웃 기업은 더 많다. 시평 순위 13위인 금호산업(002990), 26위 벽산건설(002530), 34위 신동아건설 등 40위권내 기업이 5곳이며, 95위 성우종합건설까지 총 14개 기업이 워크아웃 상황이다.
 
최근에는 경영난이 더욱 심각해지자 해당 건설사 직원들의 불만도 폭발하는 분위기다. 회사의 경영상 피해 보전에 대한 책임이 직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삼부토건(00170)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가 철회하면서 사적 워크아웃을 진행중이다.
 
사적 워크아웃은 채권단간의 자체 협약에 의해 출자전환 하거나 채무상환을 유예하는 것을 말한다. 워크아웃이 기업구조조정협약에 의해 강제적으로 진행되는데 반해 강제성이 없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산매각이 지연되고 있어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안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워크아웃에 돌입한 후 사주와 직원들이 갈등을 겪고 있다. 오는 7월1일까지 사주의 자율 매각 진행이 예정돼 있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워크아웃에서 법정관리 행을 택한 풍림산업(001310)은 미분양 아파트 500여 세대를 직원들에게 떠넘겼다. 직원 1인당 최대 3채까지 최고 18억원이 넘는 빚을 지게 된 셈이다.
 
풍림산업 관계자는 "사주와 채권단의 경영책임을 온전히 직원들에게 떠넘긴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임금체불도 심각하다. 직원 입장에서는 가장 큰 속앓이다. 
 
풍림산업을 비롯해 워크아웃 중인 우림건설(4개월), 벽산건설(4~5개월), 삼안(4개월) 등도 임금 지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경영 정상화의 일환으로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우림건설은 2008년 400여명이던 직원이 170명으로 줄었고, 벽산건설은 워크아웃을 겪으면서 600명 직원을 350명으로 줄였다.
 
홍순관 건설기업노조위원장은 "각 사업장의 현실은 심각하다 못해 참담한 지경"이라며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추궁이 생략된체 부실 정리가 진행되면서 그 책임이 직원들에 대한 정리해고로 전가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단, 워크아웃 본질 몰라" vs. "지원 자격 갖춰야"
 
중소건설사 경영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건설 경기의 장기 침체에 있다.
 
공공, 민간, 해외 수주가 전반적으로 줄어든데다 이마저도 워크아웃 기업들은 신용등급 하락에 따라 추가 수주를 따내기 여의치 않다.
 
일각에서는 워크아웃의 근본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채권단이 회사 정상화보다는 채권 회수에만 열을 올린다는 것.
 
풍림산업 관계자는 "3년간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농협, KB 등 채권은행들이 채권회수가 끝나자 추가자금 지원을 거부했다"며 "결국 기업정상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워크아웃의 본질은 사라졌다"고 비난했다.
 
벽산건설은 2차에 걸쳐 신규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이 자금은 대부분 채권은행들의 PF자금 상환과 B2B채권 상환에 쓰였다.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영업상 어려움이 더해지고 신용하락과 이에 따른 수주불가, 유동성 위기라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좀처럼 빠져나오기 힘든 형국이다.
 
그러나 채권단 입장에서는 무리하게 유동성 지원에 나섰다가 돌아올 피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몇 가지 선결과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흥순 대한건설협회 SOC 주택실장은 "우선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지 않다보니 PF 사업장의 분양 성공 여부에 대한 불투명성이 문제"이며 "또 시행사와 시공사간의 사업 추진 차이로 인해 합의가 쉽지 않은 점도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행사와 시공사간 이해관계가 명확해야 금융기관의 신뢰도 얻을 수 있지만 분양금액, 시기, 평수 등 일련의 계획에 대해 서로간의 입장차이가 크기 때문에 이 문제들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실장은 "이 두 가지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채권단과 건설사 사이의 갈등도 해결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또 채권단 끼리의 생각차도 유동성 지원이 쉽지않은 원인으로 꼽힌다.
 
워크아웃 중인 건설사의 주채권은행과 그 회사의 개별 프로젝트에 대한 주 채권은행이 달라 이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는 경우도 발생한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은행 사이에서도 개별 프로젝트에 투자 하지 않은 경우 (그에 대한)유동성 지원을 꺼린다"며 "워크아웃 취지를 잘 살리기 위해 금융감독원 등 당국의 적절한 코치가 필요한 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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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