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올해 은행권 화두인 '스마트 브랜치' 오픈을 두고 은행들이 때아닌 '눈치전'에 돌입했다.
다른 사업 부문에서 출혈 경쟁도 마다하지 않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례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
이는 투자 대비 효용성에 대한 검증이 안된 상태에서 섣불리 스마트 브랜치를 설립했다가 오히려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서로 다른 은행들의 움직임을 눈여겨 살펴보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초 시중은행들은 이르면 올 상반기부터 스마트 브랜치를 본격 도입할 계획이었다.
스마트 브랜치란 은행을 방문한 고객이 대기표를 받고 직원과 마주 앉지 않아도 첨단 정보기술(IT) 장비의 도움을 받아 각종 금융상품 상담과 가입, 금융거래 등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점포다.
때문에 올 초부터 은행권에서는 스마트 브랜치 열풍이 이는 듯 했다.
그러나 올해 4월이 되면서부터 일부 은행들의 스마트 브랜치 설립 계획이 지연되고, 효용성에 대한 의문들이 제기되면서 바빴던 은행들의 행보가 주춤하고 있다.
실제로 은행 관계자는 "스마트 브랜치 한 곳 문을 여는데 투자비용이 50억~100억원 정도가 든다"며 "투자 대비 효용이 있는가에 의문이 들어 신중하게 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스마트 브랜치 설립에 나섰던 KB국민은행이 개점 일정을 늦추자 다른 은행들도 눈치보기에 들어갔다.
KB국민은행은 당초 스마트 브랜치 1호점을 올 5월 중순에 개점할 예정이었지만 공사 일정에 차질이 발생, 서둘러도 7~8월, 늦으면 10월에 개점이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공격적으로 나섰던 KB국민은행의 스마트 브랜치 개점이 늦춰지면서 뒤따라 가던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도 일정 압박에서 벗어났다"며 "은행들 간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오는 7~8월 중 젊은층이 밀집해 있는 대학가나 사무실 밀집지역에 스마트 브랜치를 시범 운영 할 계획이다.
시범운영 후 효용성이 검증되지 않는다면 기존 지점에 스마트 기기를 설치하는 차선책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업계 다른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들은 이미 스마트 브랜치를 오픈했지만 내점 고객이 많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일단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발맞춰 준비하되 지점 오픈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스마트 브랜치가 IT에 익숙지 않은 고령자나 전통적인 일대일 대면 상담을 원하는 고객들에게는 오히려 답답함을 줄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해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