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대한민국 경제가 대내외 악재로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경제협력개발기구(OECD)·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주요 경제예측기관들도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GDP)을 잇따라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대외적으로는 최근 '그리스 사태'로 다시 불붙은 유럽 재정위기 국면이 갈수록 악화되는 등 대외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고, 국내에서는 저축은행, 가계부채 등 곳곳의 암초들이 한국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유로존 위기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유가상승이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정부에서 자신하고 있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도 '상저하저(上低下低)'라는 최악의 상태를 맞이할 수 있다는 지적들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가 점차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21일 정부 등에 따르면 KDI는 '2012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8%에서 3.6%로 내렸다. 지난해 5월 4.3%까지 내다봤다가 11월 3.8%로 내린 후 또다시 3.6%로 낮춤으로써 3번째 하향조정한 것이다.
지난달 ADB도 한국의 올 성장 전망치를 3.9%에서 3.4%로 낮췄고, 한국은행과 OECD도 각각 3.7%와 3.8%에서 3.5%로 내렸다. 한국금융연구원도 지난 20일 3.4%로 낮췄다.
성장률 전망 하향에는 최근 경기 둔화세가 심각해지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게 큰 영향을 끼쳤다.
KDI는 "최근 우리 경제는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으로 대내외 수요가 전반적으로 약화되면서 작년 하반기 이후 경기둔화가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경제 GDP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4.2%) 이후 4분기 연속으로 떨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2.8%까지 하락했다. 여기에 최근 '그리스 사태'가 몰고 온 충격은 금융시장마저도 불안하게 했다. 지난 16일 1850선이 무너진 코스피지수는 17일 잠깐 반등했다가 18일 1800선까지 무너지면서(1782.46) 크게 요동쳤다.
수출 중심의 구조로 대외 경제에 취약한 한국 경제로써는 유로존 위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유럽 경제는 그리스의 연정 구성 실패에 따른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주변국인 스페인, 이탈리아까지 위기가 전염될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0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스페인의 구제금융 우려, 프랑스 대선에 따른 신(新)재정협약의 재협상 가능성, 그리스의 연정구성 난항 등으로 유럽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중국, 인도 등 브릭스(BRICs)국가들과 신흥 개도국들의 성장도 둔화될 조짐을 보이는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사정도 성장을 저해하는 암초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저축은행 부실과 가계부채가 대표적 뇌관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6일 솔로몬·한국·미래·한주 저축은행 4곳을 추가로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하면서 뱅크런 등 금융시장에 또 한번 혼란이 일었다.
여기에 돈줄이 막힌 기업들도 줄줄이 쓰러지고 있다. 은행들이 리스크관리를 강화하는 등 여신 확대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한은의 '2012년 4월중 어음부도율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어음부도율(전자결제 조정후)은 0.02%로 전월(0.01%) 대비 0.01%포인트 올랐고, 부도업체 수(법인+개인사업자)도 전월의 90개보다 20개 늘어난 110개로 집계됐다.
한계에 임박한 가계부채도 한국경제를 시시각각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 잔액(가계신용기준)은 912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8% 늘었다.
한은은 '부채경제학과 한국의 가계 및 정부부채' 보고서에서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KDI도 "최근 부실 저축은행 문제로 인한 금융불안이 지속되면서 신용공급이 위축될 경우,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내수를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대내외 악재가 수출에 의존해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한국경제를 압박하면서 '상고하저'의 경기 전망도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올해 경기 전망을 기존 '상고하저'에서 '상저하저'로 수정했다"며 "유럽 재정위기와 국제 유가 불안 등 대외 여건이 하반기로 갈수록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오히려 더 악화되어 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김창배 수석연구원은 "국내 여건도 저축은행과 가계부채가 연결돼 있는 부동산 시장이 하반기에 회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특히 경기 회복을 주도할 정책 수단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KDI도 아직까지는 '상고하저'의 전망을 유지했지만 "유럽 재정위기의 심화와 공급측 요인에 의한 유가상승 등의 불안요인이 국내 경제의 하방위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한규 KDI 연구위원은 "유럽 사태가 완만히 봉합된다면 우리 경제도 하반기에는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만의 하나 유로존이 깨지는 등 파국이 닥치면 지금의 성장률 전망은 전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주요 20개국(G20) 보고서에서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하방 위험이 실현되면 세계 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내외로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이란의 원유 수출이 중단되면 국제유가가 일시적으로 20~30%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