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통합진보당이 혁신도 뒤로 미룬채 당원명부를 '심장'에 비유하며 강력히 항의하고 있어 쇄신을 바라는 이들의 우려를 받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있던 이석기·김재연 당선자 거취 문제로 격한 공방을 벌이던 구 당권파와 혁신비대위가 함께 대검찰청과 법무부를 방문하는 등 휴전의 기운마저 감지되고 있어서다.
22일 새벽 검찰이 외부업체로부터 압수한 서버에는 구 민노당 시절부터 13년 동안 입당했던 당원 20여만명의 신상정보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들 가운데 현행법상 당비를 내는 당원이 될 수 없는 교사와 공무원이 대거 포함됐을 것이라는 데 있다.
통합진보당으로서는 당원명부를 가져간 검찰이 칼을 빼들어 교사·공무원 탄압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구 당권파에서는 실체를 두고 소문이 무성한 유령당원의 흔적과, 이석기 당선자과 관계된 씨앤피 그룹과의 거래 등 전방위적 회계 부정이 드러날까 노심초사하는 눈치다.
실제로 검찰은 구 당권파 핵심 인물이 업체에 요청해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검찰과 새누리당이 제기할 수 있는 색깔론이 대선까지 야권을 괴롭힐 것이라는 우려부터 정당에 대한 탄압의 사례로 남아 주홍글씨가 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더해져 통합진보당 내부는 그야말로 '멘붕' 상태다.
하지만 쇄신을 추진하던 혁신비대위에 제동이 걸린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통합진보당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는 평가다.
오는 30일 이전까지 이석기·김재연 당선자 사태를 마무리할 방침이었지만 데드라인이었던 21일 검찰이 들이닥치면서 모든 것이 꼬여버렸다.
하루가 지났지만 출당은커녕 검찰의 압수수색을 항의하러 다니기 바쁜 모습이다.
이에 혁신비대위를 지지하는 당원들 내부에서도 "우왕좌왕하다가는 검찰의 전략에 말려 쇄신도 못하고 도매급으로 넘어가게 생겼다"는 탄식도 들리고 있다.
부정경선에 폭력사태에 이어 검찰수사라는 최악의 상황을 거듭하고 있는 통합진보당이 결국 우물쭈물하다 구 당권파와 혁신비대위의 타협이라는 결론을 도출할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