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건설사)③배곯는 중소건설사..상생은 없다

국내 공공·민간수주, 해외 수주 '부진'
중소건설사 "공정 입찰 기회 달라"

입력 : 2012-05-23 오전 10:29:59
[뉴스토마토 김보선기자] 건설경기 침체기가 장기화되면서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기반을 닦지 못한 중소건설사들의 부진은 이제 한계에다다랐다.
 
국내 건설시장에서의 공공, 민간발주 물량 감소와 해외 시장에서의 고전이 더해지며 전반적인 일감이 줄어든데다 최저가낙찰제 등 입찰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입지를 지키는 것도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4대강에 정부 재정을 쏟아 다른 공공발주는 줄었고, 중견건설업체의 설자리는 더욱 좁아졌다"고 말했다.
 
◇1분기 중소건설사, 국내외 모두 '수주 부진'
 
한국건설경영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속 30개사 국내건설사들의 수주 실적이 전년동기보다 32.4% 증가했다.
 
이 간 국내건설업계 전체 총수주액은 28.1% 증가했다. 하지만 시공능력평가순위 10위권 밖의 건설사 20개사의 국내건설수주는 25.8% 줄어들어 건설시장 침체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개사의 실적은 전년동기대비 24.3% 증가한 공공수주 실적에서 2.7% 감소를 나타냈고, 민간수주의 경우에도 전체 실적이 29.7% 증가한데 반해 40.8% 감소해 공공과 민간 전 영역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시평 30위권 밖에는 워크아웃, 법정관리 중인 중소건설사들이 포진돼있어 이들의 수주 실적 부진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해외시장에서는 국내 전체 건설사들의 1분기 실적이 전년동기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료=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서 수주한 금액은 109억달러로 전년동기보다 43% 감소했다.
 
이 중 중소건설사가 수주(하청 물량 포함)한 금액은 14억달러로 36% 떨어졌다.
 
중소건설사의 최근 5년간의 실적을 보더라도 2007년 67억달러, 2008년 72억달러, 2009년 55억달러, 2010년 47억달러, 2011년 48억달러로 하락 또는 보합권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국내 중소건설사가 진출한 국가는 중동이 44.55%로 가장 많고, 이어 아시아(40.79%), 아프리카(10.69%), 유럽(2.69%)등의 순이다.
 
◇턴키, 최저가낙찰제 부담.."공정 입찰 기회 달라"
 
공공수주의 경우 중소건설사들은 턴키공사(설계·시공 일괄입찰), 최저가낙찰제 등으로 인한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한다.
 
시평 20위권내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정부는 턴키공사를 확대하는 추세인데 중소건설사의 경우 아예 들어갈 자리가 없다"며 "턴키공사에는 설계가 필요해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만 20~3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최종적으로 낙찰될지 안될지도 모를 사업을 위해 30억원 수준의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무리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렇다보니 대형건설사가 이른바 나눠먹기 식으로 턴키공사 물량을 확보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가 입찰 방식도 부담스럽다. 최저가낙찰제는 발주자가 정한 공사금액 이하 범위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적용 대상은 300억원 이상 사업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 물량이 부족하다보니 최저가낙찰제라도 입찰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며 "무리하게 저가로 사업을 진행하면 수익성이 악화돼 반복되다 보면 사업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이 관계자는 "제도 폐지가 사실상 어렵다면 300억원 이상 사업이 아니라 대상 범위를 대폭 축소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해외 수주는 소위 '돈' 되는 사업인 석유, 파워플랜트 공사 등을 추진할 수 있는 기업이 특정 대기업에 한정돼 있는 실정이다.
 
중소 건설사가 주로 도전하는 주택, 오피스 빌딩, 도로공사는 이미 기술이 대중화된 것이라 그만큼 공사 단가나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마저도 물량 부족과 자금난으로 추진 동력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T건설사 관계자는 "공공, 민간, 해외 모두 포트폴리오를 맞추기가 힘든 분위기"라며 "건설인식이 안좋져서인지 정부도 정책을 완화하기 어려워하는데 규제를 풀고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워크아웃, 법정관리 기업은 신용도 하락이 문제가 돼 자금을 조달하기가 막막하다.
 
법정관리 중인 S건설사 관계자는 "보증 관계 처리가 잘 되지 않아 입찰에 제한이 있다"며 "공사이행보증, 선급금이행보증이 이뤄져야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했다.
 
무한 가격 경쟁 구도 속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공사규모와 기업규모를 매치할 수 있는 발주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단순히 실적 제한, 계약 이행 능력만을 놓고 규제하다보면 대형업체에만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
 
최민수 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은 "선진국 등을 보더라도 가격만 보고 평가하는 경우는 없다"며 "기술경쟁 구도하에서 가격만 가지고 승부를 보겠다는 형태는 막아야 되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최 실장은 또 "일부 공사의 경우 1단계에서는 기술 심사를 통해 우선 부적격 업체를 걸러내고 2단계에서 가격적 측면에서 가중치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체점하는 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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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