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미국과 중국이 태양광 패널을 두고 마찰을 빚으면서 중국의 저가 공세에 고전했던 국내 태양전지 제조업체들이 모처럼 반색하는 분위기다.
미국 상무부가 최근 중국산 태양전지에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리면서, 유럽과 미국, 심지어 중국 제조업체들이 한국과 대만으로 생산 기지를 다변화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7일 선텍파워 홀딩스와 트리나솔라 등 중국 업체들이 태양전지 제품을 덤핑 판매했다고 결론내고, 최고 250%의 반덤핑 관세율을 적용키로 한 예비판정을 내렸다. 오는 10월 최종 판정이 내려지면 즉각 발효돼 중국산 제품 가격이 대폭 오르
게 된다.
이번 덤핑 조사는 중국 정부가 자국 업체에 부당한 정부보조금을 지원, 저가 제품 수출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미국업체들의 요구로 이뤄졌으나 한국과 대만 기업이 반사 이익을 누리게 될 것이라는 시각이 업계에선 우세하다.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가 적용되면 중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 약화뿐만 아니라 생산기지의 다변화도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자국에서 생산한 셀을 한국이나 대만으로 수출해 모듈을 제작하고, 이를 다시 미국으로 보내는 우회 수출 등의 방법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며 "관세 부담을 덜더라도, 기존 생산 방식보다 비용이 추가적으로 더 들어 가격 경쟁력은 그만큼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쏠려 있던 태양전지 생산 물량이 한국과 대만 등 인근 국가로 일부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국내 한 모듈 업체는 미국 정부가 지난해 연말 중국 기업을 상대로 반덤핑 조사에 들어간다고 발표한 뒤 한국산 제품으로 대체하려는 해외 기업에서 구매 상담이 들어오는 등 중국 외 지역에서 거래선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제품에 반덤핑 조사가 들어간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한 해외 업체들의 구매 상담이 최근 들어 늘었다"며 "동남아 지역은 인건비가 낮지만, 품질이 떨어지는데다 생산 인프라가 미비한 탓에 이들 국가보다 기술력이 앞선 한국이나 대만 기업들이 수혜를 받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이 대부분 미국과 중국의 태양광 무역 마찰을 호재로 인식하고 있는 가운데
한화케미칼(009830)의 자회사인 한화솔라원은 비상이 걸렸다. 한화솔라원은 국내 기업이지만 공장은 중국 치동에 위치해 있어 여기서 생산한 셀과 모듈은 원산지 기준으로 보면 '메이드 인 차이나'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화솔라원은 제3국에서 셀을 아웃소싱으로 생산한 뒤 이를 중국에 들여와 모듈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관세 부과에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솔라원 관계자는 "해외에 셀공장을 새로 짓게 될 경우 리스크 발생이 우려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반덤핑 최종 판결이 나면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