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햇빛이 가장 강하다는 오후 2시의 명동 한 복판. 평일임에도 중국과 일본의 단체관광객들은 화장품과 옷가게에서 쇼핑을 즐기고 있었다. 이들 상점 10곳 중 9곳은 문을 열고 관광객을 맞이하느라 분주했는데 대부분 실내에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었다.
최근 때이른 무더위로 전력 사용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정부가 문을 열고 에어컨을 켜는 업소를 대상으로 단속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24일 서울시와 한국전력 직원 70여명은 서울 명동 일대에서 에어컨을 켜둔 채 문을 열고 영업을 하는 상점을 대상으로 계도 활동을 펼쳤다.
한손에는 절전 관련 팸플릿을 다른 한 손에는 부채를 들고 매장을 찾아다니며 절전운동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
간혹 바깥온도와 차이가 많이 나는 매장의 경우 휴대용 온도계로 매장 온도를 체크해 점주에게 확인시켜 주고 적정온도를 유지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방문했던 대부분 상점들은 올 7월부터 문을 열고 에어컨을 켜는 업체에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영업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한 화장품 매장 직원은 "명동은 쇼핑을 위해 찾아오는 외국인들이 주요 고객인데 여름철 문을 닫고 영업을 하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과태료가 얼마로 책정될지는 몰라도 과태료를 물고라도 문을 열고 영업을 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5월부터 6월초까지는 중국과 일본에서 단체로 수학여행을 오는 관광객들이 많아 과태료를 물더라도 문을 열고 영업을 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이 직원은 또 "여름철은 기본적으로 시원해야 손님이 매장으로 들어온다"며 "경쟁이 치열한 화장품과 의류 매장이 많은 명동상권의 특성상 문을 닫고 영업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 관계자는 "기온이 높았던 이번 주의 경우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예비전력이 적정 수준인 500만kw 이하로 떨어져 위급한 상황이 연출됐었다"며 "냉방수요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상업시설의 참여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커피전문점 등 외식 관련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은 채 에어컨을 켜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먹는 음식을 파는 가게다 보니 소음과 먼지를 막기 위해 대부분 문을 닫고 장사를 하는 듯 했다.
하지만 실내온도는 더 낮았다. 주로 문을 열고 영업을 하는 화장품, 의류매장이 24~25도 사이였던 반면 이들 매장은 평균 23도 정도로 1~2도 정도 낮았다.
이에 대해 한 커피전문점 직원은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매장에 들어왔을 때 시원한 느낌이 들지 않으면 도로 나가버리는 손님들이 많다"며 "여름철 장사를 위해서는 바깥 날씨가 덥지 않아도 에어컨을 켜는 횟수가 많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경 서울 평균 기온은 24.5도. 정부가 권장하는 여름철 실내온도인 26도보다는 낮은 수치였다. 하지만 거리를 걸어 다니며 쇼핑을 하는 소비자들이 체감하기에는 더운 날씨임이 분명했다.
무더운 여름철 시원함을 무기로 손님을 끌어들였던 유통업계는 올 여름 정부의 절전 정책에 벌써부터 '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