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모집인들도 '품앗이'?..'미끼' 이용 길거리 불법 발급 성행

여러 카드사 모집인 한 곳에 모여 2장 이상의 카드 발급
블랙박스·연회비 대납·하이패스 단말기 제공 등 유혹

입력 : 2012-05-25 오후 1:34:55
[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경기도에 사는 주부 L씨(34)는 집주변 도로에서 카드모집인으로부터 카드발급을 권유받았다. 연회비 면제는 물론 카드발급 시 길 한 쪽에 전시된 이불, 가방, 블랙박스, 하이패스단말기 등 사은품도 제공한다는 것. L씨가 '어느 카드사 상품을 발급해야하냐'고 묻자, 오히려 모집인은 '어느 회사의 카드가 없냐'고 되물으면서 "신한, 삼성, 현대, 롯데, 외환 카드 중 소지하고 있지 않은 카드를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카드사 모집인들이 이른바 '품앗이' 개념의 형태로 불법 카드 발급을 하고 있어 금융당국의 감독 및 제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여러 카드사 모집인들이 한데 모여 고가의 상품을 미끼로 소비자들에게 2개 이상의 카드 발급을 해주고 있는 것.
 
불법모집에 대한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새로운 형태의 불법모집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셈이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불법모집행 적발 시 카드사 및 임직원도 소속 모집인에 대한 관리와 감독 책임을 물어 제재하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카드모집인이 연회비를 대납해주며 카드모집을 권유하고 있다.
 
심지어 블랙박스, 하이패스단말기 등 고가의 사은품을 미끼로, 여러 카드사 모집인들이 한 곳에 모여 한 명의 소비자에게 한 번에 두 장 이상의 카드 발급을 유도하는 등 무분별한 카드발급이 성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본인이 소지하고 있는 카드를 제외한 여러 카드사들의 신용카드 중 선택해서 복수발급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명의 카드모집인이 해당사의 카드만를 권유하는 방식보다 고객유치 확률이 훨씬 높다는 계산이다.
 
특히 '품앗이' 카드모집은 한 명의 카드모집인이 제공하는 상품보다 상대적으로 고가의 사은품을 제공하며 소비자들의 강력하게 유혹하고 있다.
 
L씨는 "서로 다른 카드사의 신용카드 두 장을 발급하면 블랙박스를 사은품으로 준다고 해 발급받았다"며 "심지어 연회비 7만원도 모집인이 대납해준다고 하니까 오히려 블랙박스를 공짜로 얻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Y씨(30)도 같은 장소에서 두 장의 카드를 발급받고 하이패스단말기를 상품으로 받았다.
 
이렇게 두 장의 카드를 발급한 고객에게 들어간 카드모집 비용은 총 20만원(블랙박스 12만원, 연회비 각각 7만원, 2만원).
 
한 카드 모집인은 "사실 연회비 대납에 고가의 사은품까지 제공하는 것은 '제 살 깎아먹기'식이지만 다른 많은 모집인들이 이렇게 회원을 유치하기 때문에 우리도 개인비용 들이면서 카드발급을 권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고객이 카드발급 후 4개월을 유지하면 모집인에게 제공되는 개인수당은 6만5000원"이라며 "개인수당만으로 모집비용을 충당할수는 없지만 일정 수에 해당하는 회원을 유치하면 제공되는 기본급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도 모집인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불법 모집행위가 쉽게 근절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아침마다 지점에서 모집인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모집인들의 수입이 실적에 따라 다르다보니 불법 모집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 불법모집행위를 사전에 막기위한 방법은 지속적인 교육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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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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