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리베이트-약가인하 연동 정당"..제약사 줄패소 '예상'

입력 : 2012-05-25 오후 6:02:15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25일 불법 리베이트로 적발된 의약품의 경우 약가를 인하하는 보건당국의 징벌적 '약가인하' 조치가 정당하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옴에 따라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인 동아제약(000640) 등 6개 제약사들의 사건들도 패소 가능성이 짙어졌다.
 
이번 판결의 취지는 "보험약가인하처분 고시는 '리베이트-약가인하' 제도를 둔 요양급여기준의 모법인 국민건강보험법의 위임범위를 일탈한 것이 아니며, 적정한 약가를 산정함으로써 국민복지를 증진시키려는 제도의 목적에 비춰볼 때 적법한 처분"이라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 오석준)는 이날 종근당(001630)이 "의약품 리베이트는 형사처벌 등 별도의 제재가 있는데도 약가인하 처분까지 내리는 것은 가혹하다"며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보험약가인하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요양급여기준, 국민건강보험법 위임범위 일탈 아니다"
 
앞서 종근당은 "요양급여기준의 모법인 국민건강보험법은 '리베이트-약하인하' 연동제도를 하위법령에서 정할 수 있도록 위임하고 있지 않다. 모법상 아무런 규정이 없는 입법사항을 하위명령이 규율하는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위반한  범위를 넘어 위임하지 않은 새로운 기본권 제한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것이어서 효력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법원은 '리베이트-약가인하' 연동제도를 둔 요양급여기준은 적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요양급여기준 13조4항12호 등은 약제의 판매 촉진을 위해 금품을 제공하는 등 유통질서를 문란하게 한 것이 확인된 약제에 관해 상한금액을 조정하도록 하는 규정으로, 이는 국민건강보험법이나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에 따라 보건복지부에게 부여된 약제의 상한금액의 결정에 관한 입법형성권의 범위 내에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제약사들이 약제의 판촉을 위해 요양기관에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약가에 거품이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제약사가 요양기관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점이 약가와 전혀 관련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법원 "리베이트 관행 방치하면 국민부담 커진다"
 
앞서 종근당은 "리베이트 제공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 등 다른 행정적 제재 처분을 받는데도 리베이트 근절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약제의 상한금액까지 인하하는 것은 가혹하다"면서 "일단 인하된 약가는 일회성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당해 약제가 생산·판매되는 기간 동안 계속적으로 적용돼 기본권 침해 정도가 너무 크다"고 주장했다.
 
종근당은 또 "보험약가인하처분 고시를 통해 일방적으로 약제의 상한금액을 결정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면서 "약가결정에 대한 제약사와 요양급여기관 사이의 계약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있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한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리베이트 지급사실 자체가 해당 약제의 가격에 거품이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므로, 약제의 상한금액을 인하하는 것은 적합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요양급여가 적용되는 약제는 사실상 제품에 대한 최종선택권이 소비자인 일반 국민들이 아닌 각 요양기관에 있는 만큼, 제약사들로서는 각 요양기관에 대해 리베이트를 지급하면서까지 자신의 약제를 사용해 달라는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면서 "이를 방치할 경우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비용은 약제의 원가에 포함될 수 밖에 없어 국민이나 공단의 불필요한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의약품 리베이트로 인해 불필요한 약제가 과다하게 처방될 수 있는 결과가 초래되는데다, 특히 국민건강보험의 만성적인 적자로 인해 국민들의 부담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리베이트 지금 관행을 근절하고자 하는 '리베이트-약가인하' 연동 제도의 목적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종근당 측의 주장대로 약가결정에 관한 제약사와 요양급여기관의 계약의 자유를 어느 정도 보장할 필요성은 있으나, 건강보험제도의 공익적 성격에 비춰볼 때 이러한 계약의 자유에도 일정 부분 제한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리베이트-약가인하' 연동제도 첫 시행
 
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리베이트 적발 의약품의 보험약가를 최대 20%까지 인하하는 '리베이트-약가인하' 연동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를 거쳐 불법 리베이트 제공 사실이 확인된 종근당과 동아제약 등 6개 제약사에 대해 '리베이트 연동 약가인하' 규정을 처음으로 적용해, 일부 품목의 약가 상한선을 0.65~20% 낮추기로 결정했다.
 
이에 불복한 종근당, 동아제약(000640), 한미약품(128940), 일동제약(000230) 등 7개사는 "리베이트와 연동한 약가인하 처분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종근당 등에 대한 이번 약가인하 조치는 지난해 10월부터 적용될 예정이었지만 앞서 종근당이 제기한 약가인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일단 보류됐다.
 
그러나 이날 1심 재판부가 "'리베이트-약가인하' 조치는 정당하다"며 복지부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종근당의 16개 품목에 대한 약가인하 처분이 다시 집행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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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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