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S 도용사고, 방지노력 안했으면 요금 못 돌려받아"

대법 "사고 방지 부수의무 있어..위반시 손배책임"

입력 : 2012-05-29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ARS기기를 도용당해 수천만원의 전화요금 피해가 발생했더라도 이용업체가 이같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다면 전화요금을 반환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한국기업평가(034950)가 “ARS를 도용당함으로써 지급한 전화요금을 반환하라”며 KT(030200)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의 전기통신용 단말기가 아닌 원고 외부의 제 3자의 전기통신용 단말기에서 제 3자가 원고의 전화번호를 도용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도용사고는 계약상의 서비스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원고는 계약에 따른 국제전화요금 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전에도 원고가 ARS기기를 설치했다가 도용한 사실이 있고, 피고가 원고에게 요청한 대로 ARS기기를 철거한 동안 통화도용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원고가 피고에게 알리지 않은채 ARS기기를 다시 설치해 사용한 것은 유사한 도용사고가 재발해 손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신의칙상 부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의 부수의무 위반과 이 사건 도용사고의 발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여지가 있어, 결국 피고가 주장하는 ARS 기기의 재설치로 인한 원고의 손해배상책임도 성립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부수의무 위반 및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외부인이 2007년 12월부터 2008년 1월까지 자사의 ARS기기를 도용해 8853회의 국제정화를 이용하고 7200여만원의 전화요금이 나오자, 이를 납부한 뒤 서비스계약상 발생한 요금이 아니라며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한국기업평가의 주장을 받아들였으나 KT는 “이전에도 유사한 도용사고가 발생한 일이 있었던 만큼 이를 막기 위해 노력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통지 없이 동일한 ARS기기를 사용해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요금과 이에 대한 손해배상금이 서로 상계되어야 한다”며 상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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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