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토마토인터뷰 시간입니다>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가 무려 1800만대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동차 수가 급격히 늘고 있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의 교통안전에 대한 인식은 후진국 수준과 크게 다를게 없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교통안전공단 정일영 이사장 모시고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교통안전공단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궁금하네요.
▲정일영 이사장(이하 정 이사장) : 네. 저희 공단은 대한민국의 교통안전을 책임지고 교통사고 없는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를 꿈꾸는 기관입니다.
교통안전공단은 지난 1981년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설립된 국토해양부 산하 공기업으로, 도로ㆍ철도ㆍ항공 분야의 다양한 교통안전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 교통문화 선진화, 자동차검사, 자동차 성능 향상, 철도 및 항공분야 안전관리 등이 있는데요.
특히 저희 공단은 국정과제인 '교통사고 사상자 절반 줄이기' 목표달성을 위해 최일선에서 역할을 수행 중입니다.
최근 '복지'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데 교통안전이야말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에 버금가는 최고의 복지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공단은 교통사고 없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입니다.
-앵커 : 정부와 기관들의 끊임없는 노력에도 매년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5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교통안전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정 이사장 : 자동차 연평균 58만대 증가 추세, 전체 자동차 등록 대수 1800만대 시대를 맞아 세계 10위 경제대국,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 IT?조선강국 등 우리나라를 지칭하는 훌륭한 수식어가 많습니다.
한집에 2대 이상 자동차를 소유하는 가구가 증가하고 있고, 수치로만 보면 가구당 최소 1대 이상은 자동차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할 정도로 부유한 나라가 됐습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우리나라의 교통안전수준은 OECD 32개국 중 30위로, 최하위 수준입니다.
한 나라의 교통안전수준을 보여주는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 수는 2009년 기준 2.86명으로 OECD 평균 1.2명의 약 2.4배에 달합니다. 2011년 우리나라의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 수는 2.4명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교통선진국에 비해 교통안전수준은 20년 이상 뒤진 셈인데요. 2011년 한해, 발생한 자동차 사고건수는 22만1711건으로 그 중 자동차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모두 5229명이나 됩니다. 하루 평균, 약 14명이 사망하고 있는 것이죠. 교통사고로 유발되는 사회적 손실도 매년 10조원 이상입니다.
-앵커 : 최근 뉴스를 통해 사이클 선수단의 목숨을 빼앗은 안타까운 교통사고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 사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 이사장 : 사이클 선수단의 목숨을 빼앗은 트럭 운전자처럼 DMB를 시청하는 행동은 일반인들도 무심코 넘기고 있는 아주 위험한 행동입니다.
운전 중 DMB 시청은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요. 전방 주시율이 정상운전 시에는 76.5%, 음주 시에는 72%, 운전 중 DMB를 시청할 경우 50.3%로 알려졌습니다.
그동안 우리 공단에서는 운전 중 DMB 시청의 위험성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습니다.
캠페인과 TV광고는 물론 지난 3월, 실차 고속충돌시험을 통해 주행 중 DMB시청 등 전방주시 태만으로 충돌사고가 발생하는 상황을 100% 재현한바 있습니다.
시속 100km의 속도로 운전하면서 DMB를 시청할 경우, 운전자가 약 2초정도 전방주시를 하지 못하게 되고 이때 축구장 길이의 절반인 55m를 눈감고 주행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 속도로 그대로 충돌할 경우, 그 충격량은 13층 높이에서 추락하는 것과 동일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처럼 운전 중 DMB시청이 대단히 위험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운전자의 교통안전 의식은 이에 훨씬 못 미치고 있습니다.
최근 국토해양부가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운전자의 93%가 운전 중 DMB시청을 금지하는 것이 교통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공감하고 있지만, 운전자 57%는 운전 중 DMB 시청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해 문제의 심각성이 증명됐습니다.
교통안전 의식변화 없이는 어떠한 제도적 장치나 기술도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기 때문에 대형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버스나 택시 등 사업용자동차 운전자들의 교통안전 의식 변화가 절실히 요구됩니다.
-앵커 : 무심코 운전하면서 보았던 DMB가 교통사고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은 많이들 공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역시 운전자들의 인식 변화가 시급하겠네요. 그렇다면 공단이 국민들의 교통안전 의식 수준을 높이기 위해 하시는 캠페인은 어떤 것이 있는지요?
▲정 이사장 : 공단에서는 전좌석 안전띠 매기를 범국민적 운동으로 확산시키고자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지속 추진 중에 있습니다. 교통사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 법적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 현재 선진국을 포함한 세계적 추세입니다.
법적으로 의무화 돼 있는 고속도로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의 80~89%보다 현격히 낮은 실정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3월부터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전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한바 있습니다.
모든 도로에서 전좌석 안전띠를 착용한다면, 연간 약 600명의 귀중한 생명을 구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실례로 최근 발생한 제주도 수학여행단 버스사고의 경우 탑승했던 학생 중 37명이 부상만 입었는데요. 출발전 교사가 학생들에게 안전벨트를 꼭 매라고 당부했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안타깝게 조수석에 탑승했던 교사는 목숨을 잃었지만 수많은 제자들을 살린 것입니다.
-앵커 : 네 안타까운 사고들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혹시 운전자의 운전습관과 관련해 진행하는 캠페인도 있나요.
▲정 이사장 :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안전벨트나 에어백 같은 안전장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운전자의 운전습관 개선이 중요합니다.
공단에서는 에코드라이브를 범국민 실천운동으로 확산 추진하고 있습니다. 에코드라이브는 요즘처럼 고유가 시대, 운전자의 작은 생활실천을 통해 큰 투자없이 경제·환경·생명을 살리는 1석 3조의 효과가 있습니다.
공단은 급제동·급출발·급가속 안하기, 경제속도 준수하기, 트렁크 비우고 불필요한 짐 빼기 등 에코드라이브 실천 확대를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앵커 : 네 그렇군요. 현재 공단에서 안전운전을 체험할 수 있는 센터를 운영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국내 최초로 설립된 선진형 체험교육장이란 소식 들었습니다. 소개 부탁드립니다.
▲정 이사장 : 네, 우리 공단은 지난 2009년부터 경북 상주에 위치한 교통안전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센터는 도로에서의 위험한 상황을 안전하게 재연·체험함으로써 운전자의 잘못된 운전습관을 개선을 할 수 있는 국내 최초 선진국형 체험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요.
기초훈련코스, 위험회피훈련코스, 곡선제동훈련코스 등 직접 체험하면서 배우는 8개 시험코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택시·버스·화물운전자 등 운전자별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안전운전과 경제운전을 체계적으로 접목한 '에코드라이빙 과정'도 개시했습니다.
체험교육 12개월 전·후 이수자 약 3800명을 상대로 효과를 분석 결과 약 50%의 교통사고 감소효과가 입증됐습니다. 우리 공단은 앞으로 수도권에도 체험교육장을 건립해 운영할 계획입니다.
-앵커 : 더 많은 운전자들이 체험할 수 있도록 시설과 프로그램이 더욱 다양해 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지막으로 공단 이사장으로서 교통문화 선진화에 대한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 이사장 : 개인의 운전습관은 그 사람의 인격을 대변하듯 한 나라의 교통안전 수준은 국가의 품격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교통안전도 국가 브랜드의 하나가 된지 오래입니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교통사고를 최소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내가 먼저 양보하기, 전 좌석 안전띠 매기, 과속하지 않기, 음주운전 안하기 등 평소 쉬운 것부터 실천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운전 중 DMB 시청도 꼭 자제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선진국의 경우, 중고등학교까지 교통안전교육이 의무화돼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교통안전 의식확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통안전교육 확대가 필요합니다.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 시민단체 등 관심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공단이 선도가 돼 더욱 책임감을 갖고 노력할 것이며, 지자체나 경찰 등과의 거버넌스 강화로 교통문화 선진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 약력(정일영 교통안전공단이사장)
▲연세대 경영학 학사,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 석사, 영국 리즈대 경제학 박사
▲23회 행정고등고시 합격
▲국제민간항공기구 대표부 참사관
▲해양수산부 안전관리관
▲국토해양부 항공철도국장, 항공정책실장, 교통정책실장
▲(現)교통안전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