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유료방송 플랫폼사업자와 홈쇼핑방송 사이에 ‘채널순환제’가 실시되면 결과에 따라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홈쇼핑업계는 이른바 ‘황금채널’을 차지하기 위한 출혈경쟁에서 어느 정도 해방될 수 있지만, 플랫폼사업자 입장에서는 고유권한인 편성권에 손을 대는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채널순환제는 말 그대로 고정된 채널번호를 돌아가며 사이좋게 공유하자는 취지다.
이는 홈쇼핑방송이 지상파채널에 인접한 번호를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 송출수수료만 턱없이 올렸다는 비판에서 시작됐다.
홈쇼핑방송이 플랫폼사업자에 갖다 바치는 송출수수료는 지난 2010년 기준으로 연간 5000억원 수준이고, 이는 해마다 1000억 단위로 올라 올해는 8000억원 가량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홈쇼핑 채널이 하나 더 추가되면서 경쟁은 좀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채널순환제는 이런 상황에서 홈쇼핑방송의 자구책으로 제시됐다.
일정기간 매출액 감소를 감안하더라도 수수료를 일부 깎아보자는 포석이다.
앞서 지난 3일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 뒤 홈쇼핑업체와 가진 첫 간담회에서 과도한 송출수수료 문제를 언급하며 업체간 과열경쟁을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을 만큼 이 문제는 업계가 공유하는 문제이기도 했다.
송출수수료가 과도하게 올라가면 이용자에게 피해가 전가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플랫폼사업자에게 채널순환제 자체는 마냥 반길 만한 내용이 아니다.
홈쇼핑방송의 송출 수수료는 이들 사업자의 수익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끼리 채널을 자리바꿈 하는 것은 자칫 플랫폼사업자의 편성권을 간섭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료방송업계 한쪽에서는 PP끼리 순번을 정해 움직이는 것 자체가 ‘담합행위’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번 KT와 홈쇼핑방송의 계약처럼 6개월 기준으로 채널이 바뀔 경우 시청자 혼란을 무시할 수 없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 관계자는 “홈쇼핑 쪽에서 채널순환제를 제안해온 건 사실”이라며 “다만 채널번호가 바뀌는 데 따르는 민원이 전체 민원의 1, 2위를 다툴 만큼 우리로선 큰 문제이기 때문에 순환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유료방송업계는 일단 순환제 자체가 확산되거나 오래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6개월 단위로 순환된다고는 하지만 번호에 따라 홈쇼핑방송의 매출이 워낙 크게 차이 나기 때문에 이들 업체간 약속이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T가 주력상품인 OTS(위성방송과 IPTV 결합상품)가 아니라, 가입자 정체 상태인 올레TV에 순환제를 받아들인 것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KT나 홈쇼핑방송이나 가입자나 매출 문제에서 다른 플랫폼보다는 자유롭기 때문에 일단 하반기에 시행해보자고 나선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방통위 방송통신융합정책실 관계자는 채널순환제에 대해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채널협상은 사업자가 주가 되기 때문에 굳이 우리 쪽에 이야기를 하지 않고 진행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