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리베이트 약가연동' 엇갈린 판결, 왜?

입력 : 2012-05-31 오후 4:21:41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불법 리베이트로 적발된 동아제약(000640)이 징벌적 약가인하 처분을 내린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31일 승소했다.
 
이는 외형상으로는 앞서 지난 2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가 종근당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유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것과 다른 결론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동아제약(000640)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행정13부)는 '리베이트 약값 인하' 연동제도의 전제가 되는 복지부의 조사결과는 리베이트 비율의 표본성을 갖추지 못해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수단으로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봤다.
  
종근당(001630)의 리베이트 조사대상이 500여곳인데 비해 동아제약은 단 1건에 불과하며, 요양기관의 공보의가 적극적으로 리베이트를 요구한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리베이트-약가인하' 연동제도의 취지는 의약품 리베이트 비용으로 과다하게 부풀려지는 약가의 거품을 제거하여 적정한 약가를 산정하기 위한 조정 사유로 삼고자 하는 것"이라며 "이는 리베이트로 인한 해당 의약품에 대한 매출액 자체를 인하율 만큼 감소시켜 리베이트를 근절하겠다는 징벌적 제재수단의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리베이트-약가인하' 연동제도를 시행하려면 비례원칙을 준수해야 하고, 약가인하고시의 전제가 되는 조사결과는 조사대상 요양기관에 대한 리베이트 제공비율을 해당 의약품 시장 전체의 리베이트 비율로 의제하는 규정방식을 정당화할 만한 최소한의 표본성 내지 일반성을 갖춰야 하는데도, 약가인하 고시의 전제가 된 조사결과는 최소한의 표본성을 갖추지 못해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수단이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동아제약에 대한 경찰 수사 당시 철원군보건소 뿐만 아니라 양구군보건소 등 5개 요양기관에서도 다른 제약업체의 리베이트 지급사실이 적발되었는데, 복지부는 약제 지급에 관해 요양기관에 대한 조사 및 검사권 등이 있으면서도 다른 요양기관에 대한 동아제약의 리베이트 지급여부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철원보건소 공보의는 1년 반 사이에 8개의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부터 무려 1억2000만원 가량의 리베이트를 제공받았을 뿐만 아니라, 공보의가 직접 리베이트를 제 때 지급하라고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에게 촉구한 점에 비춰볼 때 이번 사안은 일반적인 리베이트 지급 관행과는 다른 이례적인 경우"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동아제약의 경우 리베이트 비용은 340만원인데, 약가인하 처분으로 인한 연간손실액은 394억원 가량"이라며 "동아제약 사건의 의약품 처방총액에서 철원군보건소 처방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0.018%"라고 덧붙였다.
 
<종근당과 동아제약 '리베이트 제공' 사실관계 비교>
  종근당 동아제약
조사대상 요양기관 500여곳 철원군보건소 1곳
리베이트 금액 4억1550만원 340만원
처분내용 과징금 500만원·벌금 300만원(대표이사) 없음
약값인하 비율 개별 약제마다 인하비율 상이 모든 처방약 일괄20%
연간 예상손실 58억원 가량 394억원 가량
 
반면 종근당이 복지부를 상대로 낸  보험약가인하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심리한 같은 법원 행정1부는 제약사가 요양기관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을 밝히기는 힘들다고 봤다.
 
해당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조정기준은 리베이트를 제공한 약제에 대한 상한금액을 인하할 때 특정 조사대상 요양기관에서 확인된 자료만을 근거로 해당 약제의 인하율을 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제약사가 요양기관에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사실을 밝히는 것은 결코 용이하지 않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일부 조사대상 요양기관에서 확인된 자료를 통해 약가에서 리베이트가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인하율을 산정하는 것 자체가 합리성이 있다고 보이고, 특히 약가인하 고시는 식품의약안정청이 약 500여개 요양기관을 상대로 종근당 측이 지급한 리베이트의 액수에 관해 조사를 한 결과에 따라 약제의 상한금액을 인하한것으로서 조사대상 요양기관의 수가 상당하여 객관성이 담보되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동아제약 사건을 심리한 행정13부는 "리베이트 제공 대상이 강원도 철원군 보건소로 한정됐던 동아제약 등 6개 제약사의 사례와 요양기관 500여곳에서 적발된 종근당의 리베이트 지급관행과는 다른 이례적인 사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리베이트 적발 의약품의 보험약가를 최대 20%까지 인하하는 '리베이트-약가인하' 연동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해 7월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를 거쳐 불법 리베이트 제공 사실이 확인된 종근당과 동아제약 등 6개 제약사에 대해 '리베이트 연동 약가인하' 규정을 처음으로 적용해, 일부 품목의 약가 상한선을 0.65~20% 낮추기로 결정했다.
 
이에 불복한 종근당, 동아제약, 한미약품(128940), 일동제약(000230) 등 7개사는 "리베이트와 연동한 약가인하 처분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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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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