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즉생' 한다던 불법사찰 수사, 결국 '용두사미'?

민정 핵심라인 소환조사 단 몇시간 만에 끝나..마무리 수순

입력 : 2012-06-01 오후 9:20:11
[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성역 없는 수사를 조속히 진행해 그동안 제기된 모든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겠다"
 
채동욱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지난 4월1일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 재수사에 착수하면서 내놓은 각오다. 서울중앙지검에서 맡고 있는 사건에 대해 대검 차장이 구체적인 언급과 각오를 내 놓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재수사에 착수한 지 2달이 지난 현재, 검찰 수사는 당초 비장했던 각오에 비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수사가 마무리 되고 있다.
 
◇장석명·김진모 잇따라 소환조사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은 지난 5월30일과 31일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정2비서관을 잇따라 소환해 조사했다고 밝혔다.
 
장 비서관은 류충렬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을 통해 지난해 4월 장진수 전 지원관실 주무관에게 불법사찰 관련 자료들을 인멸한 사실에 대해 함구하는 대가로 5000만원 전달을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장 비서관에게는 또 장 전 주무관이 사찰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후 청와대 인사비서관실 행정관에게 장 전 주무관의 취업알선을 지시한 의혹도 있다.
 
현재 서울고검 검사로 재직 중인 김 전 비서관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했던 2010년 당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 수사진행 상황과 관련해 압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저녁에 나와 자정 전 귀가
 
검찰이 이 두 사람을 소환 조사한 것은 민정수석실 핵심라인까지 수사의 칼을 들이댄 것으로 보이지만 석연치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수사가 단 몇시간 만에 끝났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각각 오후 늦게 또는 저녁에 소환돼 자정이 되기 전에 돌아갔다.
 
그동안 제기됐던 숱한 의혹에 비해 지나치게 간단한 수사였다. 게다가 검찰은 이들에 대한 추가 소환조사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수사팀에 수사 의지가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1일 "두 사람을 이번 수사와 관련해 다시 소환할 가능성은 없다"면서 "앞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에 대한 소환조사는 더 이상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 윗선으로는 진술이 없어 더 이상 수사 진행을 못한다. 민정수석실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다는 최종석 전 행정관도 이 전 비서관으로부터 들었다고 한다"면서 "장 비서관과 김 전 비서관에 대해 물어볼 것은 이미 다 물어봤다"고 밝혔다.
 
◇"진술 없어 수사 진척 못해"
 
이에 따라 검찰 수사는 민정수석실과 관련해 더 이상 진척되지 않고 이 전 비서관을 처벌하는 수순에서 수사를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이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지난달 30일에서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것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박 전 차관은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건으로 이미 구속기소된 상태다. 한때 이명박 대통령과 영포라인의 후광을 얻으며 '왕차관'으로 불릴 정도의 실세로 군림했던 그는 각종 비리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그때마다 수사당국의 칼을 비켜갔다.
 
지난 2010년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검찰의 1차 수사 당시에도 그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사법처리를 피했다. 각종 폭로와 의혹제기로 재수사가 결정됐을 때에도 박 전 차관이 윗선 내지 몸통으로 지목됐지만 대구에서 19대 총선에 출마할 만큼 건재를 과시했다. 
 
◇'몸통' 의혹 박 전 차관 '파이시티 구속' 후 소환조사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와 관련해 박 전 차관에 대한 검찰 조사는 그가 파이시티 사건으로 구속된 이후인 지난 달 17일에서야 이뤄졌다.
 
검찰이 그동안 눈치를 보며 수사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박 전 차관의 날개가 꺾이자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장 전 주무관의 변호를 맡았던 이재화 변호사는 "결국 민정수석실 개입의혹에 대해서 검찰이 수사의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형식적인 조사만 하고 털어내자는 검찰의 입장이 드러난 것"이라며 "권재진 법무부장관이 논란에 휩싸이면서도 자리를 유지한 까닭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포라인의 과잉충성으로 수사를 마무리 짓는다는 것인데 국민들이 검찰 수사를 어떻게 납득하겠나"면서 "많은 물증과 진술이 나와 있음에도 검찰이 기소를 안 한다면 역시나 정치검찰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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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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