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중립성, 논란과 해법)①의견대립 넘어 물리적 충돌 국면

입력 : 2012-06-04 오후 4:29:04
[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망중립성 이슈가 다시금 IT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예전에는 통신업계와 인터넷업계가 서로의 입장 차이만을 확인했다면 지금은 실질적인 충돌로 이어지는 등 점점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양측은 서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으며,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적절한 수습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논란이 되는 망중립성 이슈란 무엇이고, 국내에서는 어떤 흐름으로 진행됐는지 알아본다. [편집자]
 
지난 2월 KT가 삼성전자 스마트TV의 애플리케이션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다. 스마트TV가 인터넷 데이터 폭증을 유발했다는게 그 이유다.
 
KT는 이른바 '무임승차(프리라이딩)'론을 내세우며 데이터가 폭증하면 IT 생태계 자체가 공멸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에 일정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라고 주장했고, 삼성전자는 스마트TV에 대해서만 접속제한 조치를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박했다.
 
당시 방통위의 중재로 KT가 접속제한 조치를 해제하고 '경고' 조치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됐지만 KT와 삼성전자간의 갈등은 '망 중립성'이라는 이슈를 수면위로 부상시켰다.
 
◇'망 중립성'이 뭐길래..망사업자 Vs. 인터넷사업자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 모든 네트워크 사업자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인터넷 이용자는 합법적인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 기기 또는 장치를 자유롭게 이용할 권리를 갖는다는 기본원칙을 갖고 있지만 '트래픽 폭증'으로 말미암아 사업자간 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망 구축 업자인 통신사 대 제조사·포털업체·콘텐츠 제조업체 등 인터넷사업자간의 구도가 그것이다.
 
통신사들은 스마트폰에 이어 태블릿PC, 스마트TV까지 새로운 기기와 새로운 콘텐츠 사업자가 등장하며 트래픽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통신사업자 혼자 감당하기엔 억울하다고 주장한다.
 
망을 이용해 수익을 내고 있는 사업자들도 당연히 그만큼의 비용을 내야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제조사와 포털 및 콘텐츠 사업자 측은 통신사가 이미 이용자에게 이용료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비용 부담을 요구하는 것은 이중 부담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통신사의 '무임승차'론에 대해서는 상당한 반감을 갖고 있다. 이미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 필요한 트래픽 비용은 지불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립성 확보해야..방통위 역할론 '부상'
 
망 중립성은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통신망에 대한 조치라는 점에서 주무부처인 방통위의 역할이 중요하다.
 
방통위가 지난해 12월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을 제정했지만 구체성이 결여된 가운데, 이에 대한 활용 의지가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실제 적용 과정에서 자의적인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감도 높다.  
 
특히 통신사에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를 허용하는 가이드라인 내용이 결국 통신사의 수익관리를 위해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가이드라인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논의가 불가피하다.
 
김기창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방통위의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자체는 크게 문제될 만한 부분이 없지만 이것이 제대로 적용되고 실행되고 있느냐가 문제"라며 "특히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 조항은 (망중립성 원칙이) 퇴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논쟁은 '현재진행형'..사회적 합의 모색해야
 
망 중립성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해외 주요국가에서도 망 중립성 논쟁은 뜨겁다.
 
망 중립성 규제에 가장 적극적인 미국과 이미 법제화 단계에 이른 네덜란드 등 각국의 망 중립성 이슈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입장 차이는 분명하지만 데이터 폭증 시대를 대비한 망 중립성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분명한 것은 망 중립성 이슈는 단순한 사업자간 충돌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미래 IT 생태계를 좌지우지할 중대한 이슈라는 사실이다.
 
장기적으로 인터넷으로 기반으로 한 사업자와 이를 이용하는 최종이용자(end user)와의 사회적 합의를 통한 새로운 방법론이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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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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