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환경오염에 부실공사, 수주비리까지 이명박 정부의 최대 국책사업이자 토목사업인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이 임기말 집중 부각되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문제의 원인을 정책실패가 아닌 관련 건설사들의 담합문제 등에 초점을 두는 등 책임을 외부로 돌리려고 하고 있어 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특히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국세청 등 권력기관들이 총 동원돼 4대강 부실문제의 책임을 정권 외부로 돌리면서 권력이 살아있는 시점인 대선 전까지 조속한 매듭을 지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마치 이들 기관이 4대강 공사가 끝나길 기다렸다는 듯 비슷한 시기에 행동을 개시했다는 점이 이 같은 부분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시작은 경제검찰 공정거래위원회가 맡았다.
◇스타트는 공정위..건설사 과징금은 이윤에 대한 면죄부?
7일 정부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4대강 사업에 참여한 대형 건설사들의 담합사건에 대해, 조사를 시작한지 무려 2년8개월여만인 지난 5일 결과를 공개했다.
4조1000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된 4대강 1차 턴키공사 수주에서 물량담합을 확인했다며 8개 대형건설사에 111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런데 과징금 부과과정이 미심쩍다. 사실상 1심 재판인 5일 공정위 전원회의에서는 피고인 건설사들의 목청이 더 높았다. 우리가 담합했다며 자진신고하는 리니언시 적용업체도 없었다.
공정위 심사관들은 담합의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입찰담합이 아닌 물량담합만 인정돼 상당수 건설사들이 과징금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또 당초 심사관이 제시한 과징금보다 450억원이 깎인 111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6개 회사와 임원에 대한 형사고발은 없던 일이 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는 "애초에 4대강 공사가 진행된 지난 3년간 침묵하던 공정위가 뒤늦게 조사결과를 공개한 것부터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담합으로 1조5000억원의 추정이윤을 챙긴 건설사들에게 이윤의 7%도 안되는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전형적인 봐주기"라며 "공정위의 처분은 과징금이라는 '징계'가 아니라 과징금을 제외한 이윤 1조4000억원에 대한 '면죄부'를 부여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과 특수관계인 현대건설이 담합에 가담한 사건이기 때문에 정부도 몸을 사린 것 아니겠냐"며 "조사가 부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나마 부과한 과징금도 불복과정에서 더 깎일 것이라는 전망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며 "법정에 가면 과징금이 더 감면될 것"이라고 말했다.
◇ 감사원, 수질대책 등 지엽적 감사..정책실패 검증 역부족
5월부터 시작된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도 정책실패를 검증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감사원은 지난달 14일부터 토목, 환경분야 전문 감사인력을 투입해 국토해양부, 환경부 등을 대상으로 6월말까지 실지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감사원 감사의 포인트는 4대강 보의 적정시공이나 수질대책이 적절한지 등을 점검하는 지엽적인 부분에 그칠 전망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번 감사는 4대강에 설치된 보 등 주요시설물이 적절하게 시공됐는지 수질개선대책은 예정대로 잘 되고 있는지 등을 따지는 작업"이라며 "그 과정에서 국토부 등 공직자들의 비위행위사실도 점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이 4대강 공사에 영향을 줄까봐 정권 마직막 해에 뒤늦게 감사에 착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 결과에 대해 "늦어도 대선 전까지는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국세청도 4대강 매듭짓기 동원
검찰과 국세청도 4대강 사업의 매듭짓기에 동원될 전망이다.
이미 4대강 사업 건설사들의 내사에 착수한 검찰은 낙동강 칠곡보 시공과정에서 건설업체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공무원을 적발해 구속하기도 했으며, 공정위 담합사실이 확인된 대형 건설사들에 대한 조사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건설사들의 비리를 확인할 경우 국세청의 세무조사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정당국의 조사는 결국 정책실패가 아닌 건설비리에 초점을 두고 있는 셈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4대강 사업에 대한 검찰조사가 진행중인데, 검찰조사 결과 탈세혐의도 발견되면 국세청의 세무조사도 이어질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달 SK건설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간 국세청이 4대강 핵심 건설사인 현대건설에 대한 세무조사도 조만간 착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K건설의 경우 2009년에 이어 3년만에 받는 세무조사다. 통상적으로 정기세무조사는 4~5년 만에 이뤄지는 만큼 이번 조사의 배경에는 특별한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4대강 사업에 대한 내사에 착수하면서 대통령 측근비리 등 정권의 핵심으로 칼을 겨눌 것이라는 분석도 내 놓고 있다.
◇칼자루는 정치권..새누리당도 비난 수위 높여
그러나 결국 논쟁의 끝은 정치권이 쥐게 될 가능성이 높다.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과 선긋기가 한창인 새누리당은 벌써부터 4대강 사업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7일 "정부가 4대강 담합 과징금 1000억원을 부과했지만 처벌 수준에 대해 아직도 다른 것과 균형이 맞지 않다는 의혹이 있다"며 "주계약자 뿐만 아니라 신디게이트 참여 업체도 어떤 과정과 조건으로 이행되는지 이런 부분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4대강 문제를 올 연말 국회의 화두로 제시할 태세다.
2009년 건설사들의 담합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했던 이석현 민주통합당 의원은 "만약 검찰이 수사하지 않는다면 국회차원의 국정조사를 통해서라도 국토해양부 등 감독기관의 책임을 밝히고 나아가 2년8개월을 끌고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공정위의 미온적인 태도와 봐주기식 조사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