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얼마전 카카오톡이 인터넷전화 ‘보이스톡’을 내놓자 통신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카카오톡은 그야말로 ‘국민앱’이다. 통신사들의 주 수입원인 이동전화 이용료 수익을 빠르게 잠식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통신사들이 결코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했고, 실제
SK텔레콤(017670)은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예상 밖의 일이 나타났다.
LG유플러스(032640)가 인터넷전화를 전격 수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게임이론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죄수의 딜레마’ 모형은 과점시장에서의 기업들의 행태를 설명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경찰에 체포된 두 피의자, 보니와 클라이드가 있다. 경찰은 이들이 1년씩 징역형을 받을 가벼운 범죄에 대한 물증이 있고,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심증이 있다. 후자는 처벌을 위해서 자백이 절대 필요하다.
경찰은 보니와 클라이드를 서로 분리된 방에 감금하고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네 친구기 범인인 사실을 증언해라. 그러면 너는 수사에 협조한 대가로 석방되고, 네 친구만 ‘주범’으로서 20년 형을 살 것이다. 반대로 네가 입을 다물고 네 친구가 널 ‘주범’이라 증언한다면 너만 20년을 살게 된다. 둘 다 자백을 하면 ‘공범’으로 8년씩 산다”
이들은 속으로 고민한다.
“입을 다문다고 생각하자. 친구도 함구하면 둘 다 1년씩만 살면 되겠지. 하지만 그가 자백하면 난 영락없이 20년을 산다. 반면 내가 입을 열면 아예 안 살거나 딱 8년만 살면 된다. 1년과 20년? 무죄와 8년? 그렇다면 자백이 더 낫다”
결국 보니와 클라이드는 8년씩 형을 받는다.
이들은 침묵을 지키는 게 최선이었다. 각각 1년씩 가벼운 형만 받았으면 끝났을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었고 공동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익이 더 중요했다.
과점기업들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국내 이통시장에는 현재 3개 공급자만 있다. 이들은 얼마든지 담합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 하지만 ‘배신자’는 나오기 마련이다.
“SK텔레콤과
KT(030200)랑 힘을 합쳐서 인터넷전화를 막는다고 치자. 하지만 정말 이들이 끝까지 인터넷전화를 막을까. 만약 둘 중 하나라도 암묵적인 합의를 깬다면 이용자가 그쪽으로 대거 이탈할테니 우리로서는 큰 손해다. 차라리 선수를 친다면? 경쟁자들이 똑같이 허용해도 손해볼 건 없고, 혹 우리만 허용했다면 곧바로 이용자들을 끌어올 수 있다”
이것이 LG유플러스의 생각이 아닐까. 전통적 망사업만으로는 이제 한계가 왔다. 망 사업자 역시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를 통해 새 수익원을 창출해야 한다.
사실 이러한 '배신행위'는 LG유플러스가 처음은 아니다. KT는 아이폰을 도입했고, SK텔레콤은 무제한 데이터요금제를 선보였다. 이들 모두는 데이터 서비스의 기폭제가 됐다. 그렇지만 궁극적으로는 통신업계 수익에는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죄수의 딜레마가 주는 또 다른 메시지는 '배신 행위'가 사업자 공동의 이익에는 저해됐을 수 있지만 이용자들에게는 이익이 됐다는 점이다.
아이폰이 도입되자 스마트폰 보급이 불이 붙었고, 무제한 데이터요금제가 나오자 각종 애플리케이션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이번 LG유플러스의 결정이 IT업계에 어떤 또다른 ‘붐’을 일으킬까. 사뭇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