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와인의 인터넷 판매 여부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부처간 갈등이 꼴사납다.
자칭 물가기관으로 거듭났다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수입와인 가격 인하를 위해 인터넷 판매를 추진하고 있고, 주류 판매와 관련한 권력기관인 국세청은 탈세 조장 우려와 국민건강 위협 등을 근거로 이를 적극 반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청와대가 은근슬쩍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지만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며 갈수록 가관이다.
공정위는 국세청이 와인 인터넷 판매의 부작용으로 거론하고 있는 청소년 유해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 구매시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도록하는 방법까지 꺼내 들며 설득에 나섰다.
반면, 국세청은 매출축소를 우려하는 전통주 업체들을 등에 업고, 여전히 결사반대의 입장이다.
각각의 논리에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문제는 이번 논쟁에 '국민'이 없다는 점이다.
수입 와인의 인터넷 판매를 찬성하는 측은 물가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하지만 과연 와인이 그렇게 물가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대중적인 소비품인지, 또 와인가격을 내리는 방법이 인터넷 판매를 허용하는 방법밖에 없는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와인 인터넷 판매에 매달리는 배경에는 자유무역협정(FTA)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최근 EU와의 FTA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FTA까지 발효됐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인하 효과가 적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정부로서는 어떤 방법을 활용해서든 FTA 효과를 국민들에게 홍보하려는 심산일 것이다. 참으로 단순하고도 한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와인값이 내린다고 해서 국민들이 "FTA 잘했다"고 평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와인을 인터넷으로 판매한다고 해서 가격이 크게 내릴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오히려 정부가 나서서 술 소비를 조장하는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
국세청도 와인 인터넷 판매만 반대할 것이 아니라 이미 전통주에 대해 허용하고 있는 인터넷 주류 판매도 전면 재검토 해봐야 한다.
전통을 살리는 것과 술을 손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하는 문제는 별개다. 예외를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예외를 차단하기 힘들게 한다.
전통주의 인터넷 판매 허용을 핑계로 와인 뿐만 아니라 사케까지 인터넷 시장을 개방해달라고 요구한다면 전통주 시장에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손쉬운 정책에 급급해 국민의 존재와 소중함을 생각하지 못하는 정부 스스로를 한번 되돌아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