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엔씨소프트(036570)의 최대주주가 넥슨으로 변경된 것을 놓고 여의도 증권가의 의견이 분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주말 엔씨소프트 최대주주인 김택진 대표가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넥슨에 매각한 것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하면서도 매각 배경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11일 오후 2시 현재 엔씨소프트는 전일 대비 4.85% 하락한 25만5000원을 기록 중이다. 4거래일 만에 하락세다.
◇엔씨 품은 넥슨..공룡 게임사 등극
넥슨 일본법인은 지난 8일 엔씨소프트 창업주인 김택진 대표의 지분 14.7%를 인수하면서 1대 주주가 됐다.
총 8045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국내 게임시장의 지분인수 금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넥슨이 업계 2위인 엔씨소프트마저 인수해 총 매출 3조원을 넘보게 되자 게임업계의 ‘공룡’이 등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매출 1조2000억원을 기록한 넥슨이 2위 엔씨소프트(6089억원)를 거느림에 따라 세계 게임업계의 판도를 바꿔놓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날 현재 엔씨소프트 지분은 넥슨 14.7%, 김택진 9.9%, 국민연금 9.7%, 자사주 9.0%, 기타 56.7% 등이다.
◇호악재 혼재 속 방향성 없다
“넥슨 중장기 성장을 위한 핵심이 될 것이다.”(NH농협증권)
“게임사업 재투자 가능성 높다.”(동양증권)
“공동경영이 엔씨소프트의 성장 발목을 잡을 수 있다.”(신한금융투자)
“왜 하필 지금, 제값도 안 받고”(키움증권)
호재라는 분석과 악재라는 분석이 동시에 터져 나오는 모양새다.
김진구 NH농협증권 연구원은 “넥슨이 중장기 성장을 위해 엔씨소프트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엔씨소프트는 개발사로서 향후 라인업에 대한 지속 개발 가능성을 유지할 것”으로 판단했다.
이창연 동양증권 연구원은 “엔씨소프트의 지분매각이 단순한 대주주 개인의 현금화를 위한 것은 아니다”며 “인수 주당가액이 최대주주 양도에 대한 프리미엄이 없을 수 없고 오히려 현주가 대비 6.7% 할인된 금액인데다 4년 이상 준비한 글로벌 대작게임 출시로 회사 실적이 눈앞에 다가온 상황을 봐도 그렇다”고 설명했다.
반면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엔씨소프트 주식은 방어전략 없이 매각돼 우려가 크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경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 취득은 우호적 인수로 판단된다”면서도 이같이 분석을 내놨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단기 내 가시적인 사업 시너지 기대가 어려운데다 두 회사는 각각 다중접속온라인게임(MMOG), 캐주얼 게임 중심으로 사업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유형 자원 공조의 시너지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는 부연이다.
최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지분 양수도 목적과 향후 계획 등을 정확히 판단할 수 없어 최고경영자의 지분 매각과 블레이드앤드소울 상용화 직전이라는 사실에 근거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엔씨소프트에 대해 넥슨의 지분인수 시기와 가격적인 측면에서 의문점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재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블레이드&소울’ 출시가 2주도 채 남지 않았고 ‘길드워2’ 출시도 몇 달 남지 않은 상황에서 최대주주가 주식을 매각해야 하는 이유가 크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최근 엔씨소프트 주가가 많이 하락한 상황에서 경영권에 대한 프리미엄 없이 시가보다 낮은 주가에 매각했다는 점은 엔씨소프트 주가에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단기적 '악재'..장기적 '긍정'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악재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시기에 있어 다소 혼란스럽지만 결국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매각대금 사용처가 관건이 될 것이란 진단이다.
최찬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말 블레이드앤소울의 공개테스트(OBT)를 앞두고 급작스럽게 일어난 매각이라는 점에서 다소 혼동스러운 시그널”이라며 이같이 내다봤다.
그는 다만 “넥슨은 중국 텐센트의 최대 고객이자 일본, 북미에서 엔씨소프트를 능가하는 퍼블리싱 파워를 갖고 있다”며 “엔씨소프트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개발 능력과 결합돼 중장기적으로는 시너지를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거래가 성사됐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투자심리에 부정적”이라면서도 “넥슨의 퍼블리싱 능력과 해외 네트워크망을 이용할 경우 리스크가 감소돼 기업가치에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