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가전업계가 때이른 더위에도 울상을 짓고 있다.
전국 낮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며 한여름 날씨가 지속되고 있지만, 경기불황의 여파로 에어컨 수요가 좀처럼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단연 '가계부담'이다. 신제품의 초기 구입비용이 예년에 비해 두 배가량 뛰었을 뿐만 아니라 구매했다 해도 값비싼 전기료가 걱정이다.
특히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의 고효율 제품을 구입하려면 비용은 훨씬 증가하게 된다. 결국 지갑을 닫고 소비를 줄인 탓에 에어컨 판매량은 예년에 비해 급감하게 된 형국이다.
12일 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올해 에어컨 판매량은 2010년 100을 기준으로 6월 첫째주 73%, 6월 둘째주 38%에 그쳤다.
5월 첫째주 225%를 기록한 것을 정점으로 매주 하락세가 완연했다. 날씨는 갈수록 더워지고 있지만 에어컨을 찾는 발길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 출처= 다나와
올해 국내 에어컨 시장 규모는 약 200만대 수준으로 지난해(180만대) 대비 약 11% 증가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3월까지 진행된 예약 판매가 이상저온 날씨 영향으로 예년 수준을 크게 밑돈데다 초여름 날씨를 보이는 6월마저 판매량이 주춤하면서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등 주요 가전업체들은 초조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계절가전에 해당하는 에어컨의 판매량은 날씨 요인이 가장 크지만 지금처럼 소비자들이 지갑을 꼭꼭 닫고 있는 것도 무시 못할 요인으로 평가된다. 200만원대의 가격과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안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에어컨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가전업계 양사는 모두 '에너지효율' 등급이 높은 제품을 앞다퉈 출시했지만, 이 역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중 양판점 관계자는 "에어컨 매장을 찾는 고객 대다수가 기능이나 디자인을 제쳐두고 오로지 가격만 본다"며 "180만원대의 투인원(2in1) 제품처럼 실속형 제품 위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해 매출의 10~20%를 차지하는 3월까지의 에어컨 예약판매량이 예년에 비해 턱없이 낮았던 이유는 날씨 영향도 크지만,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진 것도 본질적 이유"라며 "가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에너지효율이 높은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침체된 내수는 가전업계 전체 실적에 최대 악재로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