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공들인 프리본드..시장참가자 '외면'

입력 : 2012-06-16 오전 10:00:00
[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실제 채권 종사자들은 프리본드 안 써요. 고객정보 교환 과정이 모두 (금융투자협회) 서버에 보관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A증권사 채권운용 이사)
 
“관심 자체가 별로 없어요. 현물 쪽은 조금 쓰는 것 같지만 수요가 많지 않을 겁니다.”(B증권사 채권 선물브로커)
 
이른바 ‘금투협 메신저’로 불리는 프리본드가 오픈 2년이 지나도록 채권시장 참여자들의 외면을 당하며 현실적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프리본드는 10년 넘게 국내 채권 유통시장을 사실상 독점해 온 야후메신저·대신 사이보스 등 사설 메신저에 대한 대안으로 금투협이 국내 채권시장에 최적화 운영하는 채권거래 전용시스템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5일 현재 프리본드 등록기관은 총 189개, 채권 시장 참가자 1918명이 등록한 상태다. 프리본드 오픈일인 2010년 4월(125개 기관, 839명)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하지만 실제 이달 프리본드 접속자수는 일평균 992명. 대다수의 채권 거래가 여전히 야후를 통해 이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접속한 시장 참가자들 역시 프리본드에 의무적으로 호가를 내기 위해 로그인하지만 실제 거래를 하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기존의 것에 익숙해진데다 새 시스템으로 갈아탈만한 특별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특히 장외거래의 핵심은 익명성인데 프리본드를 통한 거래는 정책당국의 모니터링 대상이 된다는 부정적 인식이 여전하다. 때문에 은행, 보험사와 국민연금, 사학연금, 우정사업본부 등의 기관은 증권업권에 비해 참여도가 현저히 낮은 편이다.
 
금투협이 프리본드 활성화에 들인 수년간의 공이 무색할 정도다.
 
앞서 금투협은 지난달 2일 프리본드에 거래 플랫폼을 장착해 새롭게 오픈했다. 앞서 4월에도 수요예측 모범규준에 준수하는 사안을 보완하는 등 오픈 이후 총 10여 차례에 걸쳐 업계 요구를 프리본드에 반영했다. 2년간 시장 참여자들로부터 프리본드의 취약성을 듣고 내린 조치라는 설명이다. 또 100곳이 넘는 기관을 일일이 방문하며 프리본드의 안정성과 보안성을 알렸다.
 
이한구 금투협 채권시장지원팀장은 “프리본드는 암호화돼 있기 때문에 해석키 없이는 볼 수 없다. 코스콤에 위탁 운영, 24시간 관리되고 있다”며 “개인정보 확인 또한 불가능하다. 감독당국의 규정상 모든 정보는 해당 이용기관만 관리토록 돼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정성과 보안성이 기반이 돼 있는 만큼 국민의 돈을 관리하는 은행권, 연기금, 보험사들이야말로 프리본드로 옮겨 타는 게 맞지 않겠느냐”며 “회사 차원의 전략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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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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