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주택경기 부진이 지속하면서 가계 집단대출 연체율이 치솟는 등 채무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올해와 내년에는 원리금 상환시기를 앞둔 주택담보대출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어 각종 부채 폭탄이 터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부채 '질'이 나쁘다..원금상환 주택담보대출 50조
22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국내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은 은행이 306조원, 비은행 83조원 등 총 389조원에 달했다.
국내총생산(GDP)대비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31%로 미국(75%), 영국(83%), 독일(48%) 등 주요국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구조가 악성, 즉 질이 나쁘다는데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장기 고정금리 비중이 높은 반면, 우리나라는 만기나 금리변동에 민감한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91%에 달한다. 또 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이자만 내고 있는 대출 비중은 84%에 육박한다.
특히, 거치기간이 끝나고 원금상환시기가 돌아오는 주택담보대출이 올해(25조6000억원)와 내년(20조5000억원)에만 50조원 가까이 몰려있어 가계부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경험한 미국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리먼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07년을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 중 이자기간이 종료되기 전 연체발생 비중은 1%도 채 안됐으나 거치기간 종료 후에는 연체 비중이 9%까지 치솟았다
김완중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어 이자부담이 크지 않지만 원금분할상환 시점이 다가오면 가계의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며 "자산가격 급락과 가계부실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금융위 주택대출 안정 위해 '커버드본드' 활성화
전문가들은 주택가격 상승과 맞물려 누적된 주택대출의 문제는 향후 자산가격 하락과 맞물릴 경우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택대출시장 안정화를 위해 장기고정금리 대출비중을 확대하는 등의 구조개선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은 미흡하다는 점이 문제다.
은행 입장에서는 장기자금 조달방안의 마련 없이 장기고정금리 대출을 확대하면 유동성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꺼려왔다.
금융위원회가 은행들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통로 마련을 위해 ‘커버드본드’ 발행 준비에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커버드본드’는 은행들이 보유한 담보를 바탕으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김 연구위원은 "주택담보대출의 유동화가 수반되지 않는 고정금리대출 확대는 각종 부작용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회사의 유동성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사전에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커버드본드’가 무담보 채권에 비해 금리가 낮아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을 줄여주고 장기자금조달 창구가 될 것”이라며 “’커버드본드’ 발행을 위해 은행들이 장기 고정금리 대출을 확대하면 가계부채 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