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에 대출 연체율 급등..국내 은행 '내우외환'

유동성 양호 불구 차환리스크 노출 가능성 주의해야

입력 : 2012-06-05 오후 4:17:31
[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은행들이 유로존 위기와 가계대출 부실 등으로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 글로벌 신용경색 심화시 한국금융 충격 불가피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유로존 위기가 그리스에서 스페인으로 확산되면서 관련 당국은 물론 금융권 전체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유로존 사태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글로벌 신용경색이 심화될 경우 한국 금융권에도 충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외국인 이탈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어 지난해부터 외화 차입을 다변화하는 등 자체 대응여력을 높여왔다.
 
그 결과 올해 4월말 현재 국내은행(외국계은행 지점 포함)의 총 차입금(2042억달러) 중 유럽계 차입금 비중은 27% (549억달러)로 지난해 6월말 33%보다 6% 가량 낮아졌다.
 
이 중 국민은행의 유럽계 차입금은 4억달러로 전체차입금의 4%에 그쳤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유럽계 차입금 비중이 20%대로, 대부분 영국과 독일계 자금이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재정위기 국가인 '피그스'(PIIGS: 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의 자금은 거의 없다"며 "현재 시중은행 외화유동성에는 문제가 없고 자금 이탈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 銀,외화유동성 양호해도 안심은 금물..외채구조 '취약'
 
그러나 외화유동성 상황이 개선됐다고 해도 안심은 금물이다. 박해식 한국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국이 선제적 조치 등으로 외화자금 이탈에 대한 안전판을 만들어놓은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유로존 충격시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투자금을 일제히 회수하는 차환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국내은행의 외화자산은 현금화가 어려운 외화대출 비중이 78.6%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면, 외화부채는 주로 차환리스크가 있는 차입금이어서 급격한 자금 유출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들어 차입한 외화부채 중 잔존만기가 1년 이상인 장기 비중은 금융위기 직후 106%였으나 지속적으로 하락해 작년말 71%로 낮아졌다"며 "자금 조달 구조의 안전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심상치 않은 가계대출 연체율.. 건전성 '비상'
 
최근에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대출 연체율이 은행에 시련을 더해주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은행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89%로 5년2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해온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79%로 5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연체 규모 자체가 늘었을 수도 있지만 연체는 그대로 인데 가계대출 총량이 정체 또는 감소하면서 수치가 높아졌을 수 있다"며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가계대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연체율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은 대출 연체율에 유동성 관리 강화를 주문하고 있지만 은행 자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여기에 수익성은 순이자마진 하락 등으로 줄어들고 있어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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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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