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공공기관으로서 직원들의 절전 운동 동참을 격려하는 건 몰라도 외주업체에서 관리하는 전광판까지 신경을 써야하는 건가요."
정전 대비 위기 대응훈련이 이뤄지던 날, 코엑스에 무역보험공사 홍보 전광판을 끄지 않은 이유에 대한 무보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21일 오후 2시부터 20분간 민방위 사이렌 소리와 함께 예비전력이 100만~200만kW 미만으로 하락하는 상황을 가정한 정전 대비 위기대응 훈련이 실시됐다.
이날 코엑스에서도 자율적인 절전이 이뤄졌으며 입점한 상점의 약 70%가 이에 동참했다.
전기 끄기 운동으로 인해 코엑스 내부가 어둠에 잠긴 가운데 유독 무보의 홍보 영상과 전광판이 눈에 띄었다.
상점들 조차 잠시 이익을 포기하고서 전기와 에어콘을 끄고 대국민 정전 대응 훈련에 참여했다.
그럼에도 무보는 본인들이 하는 일에 대한 홍보를 하겠다며 정부의 대대적인 훈련을 외면했다. 국민보다 못한 공공기관인 꼴이다.
이에 대해 무보는 건물 내에서 이뤄지는 에너지 절약에는 협조했다며, 코엑스의 전광판 절전 비참여에 대해 외주업체로 책임을 돌렸다.
무보 한 관계자는 "코엑스 몰에 설치된 홍보 영상은 엠미디어라는 대행사에서 관리하는데 이것까지 신경써야하는 것이냐"며 "통상 이런 일이 있으면 협조하는데 이번에 엠미디어가 코엑스로부터 절전 요청을 못받은 것으로 들었다"고 설명했다.
코엑스에서 정전 훈련을 안내하는 한 관계자는 나중에 이를 확인하고서 훈련이 끝나기 5분 전에서야 부랴부랴 연락을 취해 전광판을 끄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20분간의 정전 대응 훈련을 위해 에너지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엄청난 '공'을 들였다.
기업뿐 아니라 상점과 국민들에게 협조를 요청하며 대응 메뉴얼을 전달하고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서도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심지어 기획재정부는 '서민은 따뜻하게, 중산층은 두텁게'라는 기존 현판을 3년만에 두 번째로 바꾸기도 했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길다고 할 수 있는 20분.
코엑스에 있는 70%의 상점이 자발적으로 동참한 훈련에 공공기관인 무보가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절전에 임하는 무보의 태도가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