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삼성전자(005930)가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글로벌 경영전략회의에 돌입한다.
권오현 부회장은 대표이사 취임 이후 첫 전략회의를 통해 하반기 경영전략을 점검함과 동시에 글로벌 경제위기 해법 마련에 치중할 계획이다.
본격적인 출항에 앞서 권오현 체제로의 내부전열 재정비라는 의미도 함께 담고 있는 것으로 관계자들은 파악했다. 짙게 배인 최지성 색깔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벗어내느냐가 주요과제다.
이건희 회장은 앞선 7일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을 그룹 신임 미래전략실장으로, 권 부회장을 삼성전자 대표이사로 임명하는 수뇌부 인사를 전격 단행한 바 있다. 세트와 부품으로 이원화됐던 구조는 파트별 사장이 총괄하면서 유지키로 했다.
전략회의 시작은 권 부회장이 진두지휘했던 부품(DS)이다. 25일 경기도 기흥 나노시티에서 열리는 첫 회의에는 반도체, 유기발광다이오드 등 부품 부문 사장들과 100여명의 해외법인장, 팀장 등이 집결한다.
특히 엘피다 파산 등 시장질서 재편에 직면한 반도체에 대한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권 부회장은 반도체를 삼성전자의 주력날개로 장착한 선구자다. 최고 전문가의 관점에서 제시되는 돌파구는 반도체 시장의 일대 변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휴대폰과 TV 등 완제품(DMC) 부문은 26일과 27일, 윤주화 DMC부문 경영지원실장과 윤부근 CE(생활가전) 사장, 신종균 IM(정보모바일)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이재용 사장도 자리를 함께 한다.
무엇보다 이번 전략회의 화두는 ‘위기와 삼성의 미래’로 요약된다는 데 특징이 있다. 그리스와 스페인 등 유럽의 재정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중국을 비롯해 브라질과 인도 등 그간 세계경제를 견인했던 신흥국들조차 이상 조짐을 보이고 있고, 국내경제는 장기 불황의 여파로 침체 곡선을 그린 지 이미 오래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세계경기가 단기간에 개선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전략회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회의 소집 시기를 이례적으로 보름 이상 앞당긴 것도 위기 돌파를 위한 경영진의 의지로 봐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답은 ‘경쟁력’에서 찾을 가능성이 높다. 양적 경쟁에서 질적 경쟁으로, 혁신을 단행한 게 오늘날 삼성전자를 이끈 원동력이었다는 분석은 여전히 유효하다.
앞서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은 20일 각 계열사 사장단이 모인 자리에서 “위기 대응의 기본 원칙은 ‘Back-to-Basics’, 즉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제시한 바 있다. 그러면서 “악화된 환경에서도 경쟁력 있는 기업은 생존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