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해외 프로젝트 공동지원을 위해 4개 정책금융기관이 모여 만든 '정책금융협의회'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부행장급들이 두 차례 모여 업무협약서까지 작성했지만 구체적인 업무 협의는 아직 손도 못댄 상태다.
특히 금융자문 역할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충돌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산업은행·정책금융공사·무역보험공사 등 4개 정책
금융기관은 지난 2월말 각 기관 실무진이 모여 정책금융협의회 구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정책금융협의회는 자율 협의체지만 정부가 국내 기업의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 사업에 큰 관심을 보임에 따라 사실상 수은 주도로 구성됐다.
때문에 협의회 안건 조율 및 상정 등 총괄업무를 담당하는 이른바 '간사' 역할도 수은이 맡고 있다.
분기별로 모임을 갖기로 한 정책금융협의회는 이달 부행장급들이 모여 해외 프로젝트 공동지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가이드라인에는 해외 프로젝트 규모가 20억달러 이상인 경우 우선적으로 협의해 공동지원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정책금융협의회는 4개 정책금융기관이 저마다의 업무 특성을 살려 해외 프로젝트 사업을 지원,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목표로 추진됐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시너지는커녕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엇갈려 구체적인 협의에도 이르기 어려울 수 있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금융자문' 역할을 놓고 수은과 산은이 벌이는 팽팽한 기싸움이다.
지난해 수은이 금융자문실을 신설하고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자문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자 산은이 발끈하고 나섰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수출금융을 주도하는 수은이 자문 역할까지 하는 것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이란 것.
하지만 수은은 이달 말 예정된 조직개편·인사를 통해 금융자문실을 금융자문부로 격상시킬 예정이어서 산은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금융자문은 사업주가 가장 유리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종의 금융
대리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매우 상업적인 영역"이라며 "정부 입장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하며 수출금융을 지원하는 수은에게 금융자문이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수출지원의 키를 쥐고 있는 수은이 금융자문까지 할 경우 사업주는 수은에 금융자문을
맡길 수밖에 없어 자문사 선정시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수은이 조직개편을 통해 자문업을 확대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옳
은 판단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수은은 이에 대해 "수출기업에 대출을 해준다고 해도 수은이 능력이 없다면 사업주가 우리에게 자문을 맡기지 않을 것"이라며 "30년 이상 해외 비즈니스를 통해 국제적 경쟁업무를 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을 키워온 것이 현재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기관들이 9월로 예정된 3차 모임에서 공동지원에 대한 적절한 협의를 이뤄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은 관계자는 "앞으로 협의를 진행하다보면 금융자문에 대한 이야기도 나올 것"이라면서도 "서로 (금융자문에 대해 이해 관계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아직 테이블에 올려 놓긴 껄끄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