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강자 KTB투자證..비결은 네트워크"

17년 '채권 달인' 김경일 KTB투자증권 채권금융팀 상무

입력 : 2012-07-02 오후 3:00:00
 
[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변동성 없는 장기 저금리 기조에 채권 운용, 채권 영업 할 것 없이 모두 지치는 요즘이다. 채권의 기본 수익은 쿠폰이자(채권수익률)인데 과거 5~8% 하다 최근 3%에 머물다 보니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나오고 있고,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드는데 개인적으로 안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금리인하를 하더라도 시장금리는 많이 빠지지 않을 텐데 굳이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경일 KTB투자증권 채권영업팀 상무(사진)는 은행권 채권 딜러 출신으로, 17년간 채권만 운용한 채권의 달인이다. 김 상무는 7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과 관련 반대 의사를 밝혔다.
 
“우리 경제가 복합불황으로 가지 않기 위해 정부도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최근 10년 채권 종사자들이 힘든 시기였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일본 ‘제로(0)금리’ 시절인 1990년대 중반 일본의 채권 운용사가 10분의1로 줄어들 줄 누가 알았을까요.”
 
이대로 가다간 한국 채권시장 역사에 그늘이 드리울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브로커(중개업자) 기반의 한국 채권시장
 
냉철한 분석을 내놓는 그의 업무는 채권 브로커리지(위탁매매)다.
 
우리나라는 채권 브로커 기반의 시장이기 때문에 채권을 사려는 기관과 팔려는 기관을 찾아서 연개해주는 채권 브로커들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김 상무는 채권영업을 위해 꼭 기억해야 할 사자성어가 있다고 한다. “호랑이처럼 예리하게 보고 소같이 우직하게 행동하는 자세를 호시우보(虎視牛步)라고 하죠. 모든 일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밉니다. 채권 브로커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좋은 가격을 제공하는 중개인으로서 실수하지 않도록 꼼꼼히 행동해야 한다는 겁니다.”
 
기관들은 채권 운용을 하고 증권사 채권영업팀은 이를 중개한다. 주식의 경우 장내거래가 대부분이지만 채권의 경우 장내에서 거래되는 국채 지표물(3년, 5년, 10년물)을 제외한 90% 이상이 장외 시장에서 거래된다.
 
장외 시장 속 채권 브로커의 역할이 궁금했다.
 
“정례화 돼있는 채권의 경우 호가가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개 업무도 쉽지만 채권은 워낙 종류가 많은데다 다양해서 매수·매도자 쌍방이 만족하는 호가를 찾긴 쉽지 않습니다. 우리 팀은 최대한 서로가 만족할만한 호가를 제공하면서 거래 상대방을 연결하는 매치메이커(matchmaker)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크게 나눠 중개와 인수 관련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 KTB투자증권 채권금융팀은 중소형 증권사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는 발행시장의 인수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이를테면 은행채, 카드채, 공사채, 여전채와 같은 인수업무에 참여함으로써 발행자에게서 인수 수수료를 받게 됩니다. 인수업무는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어서 업계 리그테이블에서도 이미 중상위권에 오른 상탭니다.”
 
◇사람 손 필요한 매매..‘협업’ 필수
 
어떠한 금융상품을 매매하느냐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협업’은 필수라고 김 상무는 말했다.
 
“예를 들어 법인영업의 경우 주식 주문을 브로커가 받고 딜러가 수행하는 일반적인 방식이 있고 주식 주문 접수와 실행을 브로커가 직접 수행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주식매매의 경우 시스템에 주문내용을 입력하면 자동적으로 시장에서 매매가 이뤄지지만 채권의 경우 ‘사람’이 매매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어요.”
 
‘사자’를 외치는 기관이 있으면 ‘팔자’를 외치는 기관이 있을 수 있다. 팀원 각자가 담당하는 고객 요구에 맞춰 매수·매도 기관을 찾아 연결해 주는데 어떤 상품에 대한 매매가 이뤄졌는지 팀원 간 장중 실시간 정보를 나눈다.
 
“매매확정이 나지 않아 업계 은어로 ‘매매뻑’이 발생할 경우 손실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항상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리스크 통제가 가장 중요한 겁니다. 한마디로 채권 브로커리지는 기계가 아닌 사람 손이 필요한 매매로 그 손이 기계처럼 빨라야 성공할 수 있는 업무죠.”
 
◇“젊은 직원이 많아서 좋습니다.”
 
현재 채권 브로커는 40대 이상이 주류지만 20~30대 초반 브로커가 현재 빠른 속도로 성장, 세대교체를 일으키는 시점이다. 채권시장 자체가 폐쇄성을 띄고 있어 기존 브로커들이 나이가 들어도 현역으로 활동했지만 최근 젊은 채권 브로커 영입이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젊은 친구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당장 뛰어난 수익 창출과 관련해선 한계가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우리 회사 미래의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채권시장 변화의 선봉에 설 인재들이라고 생각해요. 주니어들을 위해 스터디를 진행하거나 동행탐방 등을 통해 영업력 강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KTB투자증권 채권금융팀은 현재 국채선물, 외환(FX) 마진거래, 파생상품 영업 등과 세틀 백오피스(자금 결제 등) 등 총 17명으로 꾸려져 있다. 채권 영업에 있어선 국내 대형사 포함 최소 5위권 이내에 들만큼 인력이 많은 편이다.
 
“채권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아진 거겠죠. 과거 채권은 약간 밀려나있는 시장이었어요. 입사해서 채권운용을 하겠다고 하는 이는 없었죠. 요즘은 회사 내 선호도가 가장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은행채 잘하는 KTB투자증권 되기까지
 
“1996년만 해도 다소 무식했어요. 은행마저도 채권엔 주먹구구식이었습니다. 채권을 전문적으로 교육해서 운용시킨다기보다(딜링 개념이 없었다) 금리가 오를 것 같으면 만기 짧은 것 사고, 금리가 내릴 것 같으면 만기 긴 것 사는 그런 개념이었다고나 할까요. 당시 국채보다는 회사채를 우선했는데 삼성전자(005930)가 보증을 달고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는 전환의 계기가 됐다. 여기에 1999년 대우채 사태까지 터지면서 채권시장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부실 채권을 안고 부도나는 회사가 부지기수였습니다. 같은 시기 리스크관리 잘해서 부실 채권 갖고도 순위 차 벌이는 증권사가 나타나기 시작했죠. 딜링 개념이 들어가면서 금리 하락 때 많이 산 회사와 안 산 회사 간 차이도 많이 나고 당시 잘하는 회사는 채권으로 돈 많이 벌었죠.”
 
2000년대 초반 주식 매니저 연봉이 피크였을 때 채권 매니저는 그보다 적었다. 하지만 현재는 주식·채권 매니저들의 연봉은 차이가 없거나 채권 매니저의 연봉이 주식 매니저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고들수록 어려운 것이 채권공부라는 게 김 상무의 설명이다.
 
“다양한 파생상품이 나오는 곳이라 뒤처지면 따라가기 힘든 곳이지요. 과거 주식이 ‘4지선다’ 또는 ‘주관식’, 채권은 ‘OX’ 아니냐는 인식이 있었는데 그건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모든 파생상품은 금리에서 나오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전략을 쓸 수 있는 게 바로 채권입니다.”
 
김 상무는 채권을 운용할 때보다 잘 팔았을 때 기분이 더 좋다고 했다.
 
“은행채 잘하는 KTB투자증권이라는 칭찬이 그렇게 듣기 좋습니다. 최근 농협 후순위채와 신한은행 후순위채 발행 시 쉽지 않은 여건에서도 증권사 몇 곳이 모여 ‘완판‘ 기록을 낸 적이 있어요. 은행채 발행과 동시에 기관에선 문의를 주고 먼저 연락을 주곤 합니다. 영업은 일방적으로 ‘사줘’, ‘팔아줘’ 하는 건데 상대가 먼저 발행 전 상의를 주면 ‘영업하고 있구나’하는 보람이 듭니다.”
 
배경은 인맥에 있다고 전한다. “영업은 일상입니다. 인맥 등 개인 네트워크는 그 결과 일궈온 최고의 자산이라고 봅니다. 다만 아무리 친해도 내가 줄 물건이 좋아야죠. 그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으려 노력하다보니 조금씩 성과가 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미래도 높게 점쳤다. “기관과 융화할 수 있는 인품을 갖추고 실력까지 겸비한 후배들이 늘고 있어 흐뭇합니다. 가끔 직원들을 괴롭히는 상사로 기억할지 모르지만 그만큼 공감대 형성을 위해 열정을 바쳤다고 생각해요.”
 
다음은 김경일 KTB투자증권 채권금융팀 상무 약력.
 
1965년 생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990년 동양화재
-1994년 신흥증권
-1999년 세종기술투자
-2000년 SK투신운용
-2002~2010년 신한은행
-2010년3월~현재 KTB투자증권 채권금융팀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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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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