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에 10%대 대출 상품 확대를 주문하면서 은행들이 마지못해 준비 작업에 들어갔지만 이해하기 어렵다는 속내다.
기존 서민대출상품인 새희망홀씨와 별다른 차이가 없고 오히려 고금리 장사에 나선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불만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권혁세 금감원장은 지난달 22일 시중은행 부행장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은행들이 연 10%대의 신용대출 상품 취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는 조금 높더라도 저신용자 등 취약계층 대상 대출을 확대하면 서민층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은행권과 2금융권의 대출금리 격차가 확대되면서 사각지대에 놓인 금융소비자의 이자부담을 줄여보자는 취지다.
현재 시중은행권의 신용대출금리는 일반적으로 6~9% 수준이지만 이를 받지 못하는 서민들이 저축은행을 비롯한 2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경우 금리는 20%가 훌쩍 넘어간다.
은행으로부터 한자릿수 대출을 받지 못하는 고객이 2금융권으로 가면 순식간에 20%대라는 고금리의 늪에 빠지게 되는 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서민금융의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며 "대출 상환능력도 악화되는 상황에서 이자부담이 늘면 가계부실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당국 수장의 발언 외에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전혀 없어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일부에서는 이미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새희망홀씨대출이 있는데 굳이 비슷한 대출 상품을 또 만들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희망홀씨 대출의 최고금리를 이미 11%로 제한했는데 금리단층을 해소하기 위한 어떤 상품이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이미 국민은행도 프리워크아웃 대상자들에게 새희망홀씨 대출을 해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새희망홀씨의 경우 대출금리가 10%대이긴 하나 자격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실제 수혜자는 많지 않다"며"소액 대출을 중심으로 대상을 확대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상을 확대하면 자칫 고금리 장사에 나선다는 비난에 직면할 위험이 있고 연체 관리에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업계는 반박했다.
시중은행 한 부행장은 "소액대출 위주인 만큼 은행 영업이 큰 영향은 없을 것 같다"면서도 "자칫 고금리 장사에 나선다는 나쁜 이미지만 심어줄 수 있다는 부분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