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저축銀 통합전산망 구축 시도에..업계 불만 '폭발'

영업·경영전략 차질·전산개발 투입비용 무시한 '행정편의'
"금융지주 계열 예외는 비지주계열 범죄집단 규정 처사"

입력 : 2012-07-05 오후 5:39:11
[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금융감독당국이 자체 전산망을 운영하는 저축은행에 대해 저축은행중앙회의 통합 전산망 가입에 가입하라고 요구하자 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최근 부실 저축은행의 경영진 비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통합전산망 이용에 따른 개별 저축은행의 영업 및 경영 전략 차질은 물론 그동안 전산개발에 투입한 비용을 무시한 행정 편의적 발상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금융감독당국이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을 제외한 방침은 비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을 예비 범죄 집단으로 규정한 처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당국 "비리 원천차단"..저축銀 전산망 통합 감시
 
금융감독원은 지난 4일 자체 전산망을 운영하는 30개 저축은행에 대해 저축은행중앙회가 운영하는 통합 전산망에 가입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99년 구축된 저축은행중앙회의 전산망에는 국내 93개 저축은행 중 63개 저축은행이 가입해 있다. 하지만, 현대스위스, HK 등 대형 저축은행과 부산솔로몬, 토마토2 등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자회사들은 통합전산망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이 이들 저축은행에 통합 전산망 가입을 강요한 것은 최근 영업 정지된 저축은행들이 고객들의 내부정보가 들어있는 전산망을 이용해 전산과 회계장부를 조작한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산 조작으로 빼돌린 비자금으로 저축은행들이 분식 회계나 로비에 사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전산망 구축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고, 전산조작을 통한 비리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축銀 "행정 편의적 발상" 일축
 
금융당국의 통합 전산망 가입 요구에 저축은행업계는 일제히 행정 편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금감원이 추진하는 통합 전산망 가입만으로는 저축은행의 비리를 원천 차단하기는 힘들다는 판단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부정부패를 예방한다는 금감원의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최근 한 저축은행 경영진이 밀항까지 시도하는 등 저축은행의 비리는 경영진의 도덕성의 문제이지 형식적으로 전산을 구축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금감원이 통합 전산망을 구축한다고 해도 하루 종일 감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를 해결할 인력이나 구체적인 방법론이 나오지 않았다"며 "한마디로 행정 편의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통합 전산망을 구축하는데 드는 비용이라면 각 개별 저축은행에 금감원 직원들이 상주하면서 감독하는 편이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일 것"이라고 비꼬았다.
 
◇"시너지 없고, 자체개발 전산 투자비용 무시"
 
저축은행업계는 저축은행중앙회의 통합 전산망이 자체 전산망을 운영하는 저축은행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의 통합 전산망은 담보대출 등 그 수가 많지 않고 단순해 활용이 용이했지만, 지금은 개별 저축은행마다 경영전략이 다른 데다 금융상품의 세분화에 맞춰 전산을 개발, 통합 전산망이 오히려 은행 경영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것이란 설명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고객분석이나 상품분석 그리고 영업의 프로모션 등은 모두 전산으로 이뤄져 있다"며 "현재 저축은행이 80~90개에 달하는 상황에서 저축은행중앙회의 통합 전산망을 활용했을 때 과연 우리가 원하는 서비스를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도 "저축은행중앙회보다 대형 저축은행의 전산망이 더 좋다"며 "상품이나 여러 고객의 정보를 다양하게 엮어서 마케팅 재료로 이용하는데 중앙회의 통합 전산망은 정보 분석이 취약해 자체 전산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금융당국의 방침이 그동안 저축은행들이 전산 투자에 투입한 비용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도 전산장비나 시스템 그리고 전산 인력 등 은행 전산과 관련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이미 투자한 것을 버리고 중앙회의 통합 전산망 이용을 강제할 수 있느냐"며 불만을 털어놨다.
 
◇금융지주계열 저축銀 예외 방안 검토.."우리가 예비 범죄 집단이냐"
 
무엇보다 저축은행들은 자신들이 예비 범죄 집단으로 지목받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상당한 불만을 드러냈다.
 
금감원이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처럼 사고 발생 가능성이 적거나 자체 개발 상품이 많은 대형 저축은행의 경우 예외를 인정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결국, 비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 가운데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에 대해 금융당국이 예비 범죄 집단으로 치부하고 있다는 게 비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들의 설명이다.
 
한 비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방안을 적용하는데 있어서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이 시스템이 잘돼 있어 괜찮다고 하는 것은 어패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의 이번 방안은 마치 비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을 예비 범죄 집단으로 취급하는 것"이라며 "저축은행 비리 예방을 공감은 하지만, 그렇지 않은 저축은행들도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비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 관계자도 "이번 방안은 비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이 엄청난 통제가 없으면 언제라도 비리를 저지를 수 있는 집단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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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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