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한국전력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마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철을 밟는 듯하다.
요즘 전기요금 인상폭을 두고 시끄러운 한전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한국전력(015760)이 13.1%의 인상안을 정부 측에 제시했지만 지식경제부 전기위원회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이후 한전은 인상폭을 낮춰 평균 10.7%를 올리고 6.1%는 연료비연동제로 보전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두 번이나 전기요금을 인상한 터라 올해의 전기요금 추가 인상 이야기에 국민들도 눈쌀을 찌푸릴 만한다.
한전이 이처럼 무리해서 전기요금 두 자릿수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그만한 속사정이 있다.
한전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부터 매년 적자가 발생해 4년간 8조원의 누적적자를 내고 있다. 한전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는 것은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전기요금 체계 때문이다.
한전의 원가 회수율은 87.4%에 불과하다. 전기를 100원 어치를 팔 때마다 12.6원을 손해보게 되는 구조다.
그럼에도 정부는 전기요금 두 자릿수 인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서민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공공요금을 큰 폭으로 인상하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하나만 보고 둘은 알지 못하는 답답한 행태다. 전기요금 현실화 없이 한전의 적자 규모가 지속적으로 불어날 수밖에 없다. 결국 LH처럼 부도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실제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와 스탠다드앤푸어스는 한전의 신용등급을 각각 한 단계·두 단계씩 낮췄다.
대외 신인도가 떨어져 조달 금리가 오르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될 뿐 아니라 해외사업도 난항을 겪을 우려도 있다.
지경부 한 고위 관계자는 "한전이 예뻐서 전기요금을 올려줘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에너지의 합리적인 사용을 위함"이라며 "나중에 뭐하고 있다가 부도까지 났냐고 비난하지 말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이번에 한전의 요구대로 전기요금이 두 자리 수대로 인상이 되더라도 정부와 정치권의 요구처럼 한전의 자구 노력이 전제돼야 함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전기요금 체제를 '물가 안정'이라는 명목으로 외면한다 해도 이는 결국 국민들 또는 우리 다음 세대에게 부담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 진작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현실화 했다면 지난해와 올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이처럼 애를 태우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그야말로 자업자득인 셈이다.
지경부는 전력 수급 안정을, 재정부는 물가를, 청와대는 민심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좀 더 멀리, 그리고 큰 그림을 보는 시야가 필요한 시점이다.